서 론
무궁화속(genus Hibiscus)에 해당되는 종은 전 세계적으로 약 200여 종이 알려져 있으며, 분포지역에 따라 동아시아군 등 7개 군으로 구분된다. 동아시아군에는 한국을 비롯하여 일본, 대만, 및 중국 남서부가 속한다. 국내에는 무궁화(H. syriacus)와 부용(H. mutabilis)이 관상용으로 재배되고 있으며, 황근(H. hamabo)은 제주도와 남해안 일부 지역에 자생지가 남아있다. 무궁화는 온대와 아열대 북부 지역에서 재배되는데, 국내에서는 북위 40° 이남, 해발 500 m 이하의 지역이 생육적지이나 깊은 계곡부를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생육이 가능하다. 무궁화는 우리나라의 나라꽃으로 1970년대 이후 전국에 널리 심겨지고 있다. 무궁화는 동의보감 등 옛 문헌에서 약재로 사용되어 온 기록이 있으며, 최근에는 꽃, 잎, 뿌리 등에서 다양한 유용성분들이 발견되고 있어(Kim et al., 2018; Yeon et al., 2019; Karunarathne et al., 2019; Eo et al., 2020) 향후 이를 이용한 건강 기능성 식품이나 차(茶) 개발 등 실생활에서 더욱 다양하게 소비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병해충이 많아 가꾸기 어려운 나무’라는 인식으로 인해 보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뿐 아니라, 실제 무궁화에서 발생하여 피해를 주는 해충의 종류와 발생 시기, 피해 정도 등 자세한 정보가 부족하여 무궁화의 올바른 재배 및 관리를 위한 정보는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기존에 무궁화를 대상으로 수행된 연구로는 무궁화에서 발생하는 해충 및 천적의 종류 조사(Park et al., 2004; Lee, 2005; Kim et al., 2013)와 주요 해충의 발생소장(Kwon et al., 2005; Kim et al., 2008, 2011) 등이 있다. 연구자에 따라 주요 해충이 다른 것으로 보고하고 있지만, 주로 목화진딧물과 왕붉은잎큰나방이 가장 심각한 해충으로 보고되고 있고 간혹 무궁화잎밤나방(Park et al., 2004), 점노랑들명나방 및 목화명나방(Lee, 2005; Kim et al., 2013)이 문제가 된다고 보고되었다. 목화진딧물은 봄철 발생하여 흡즙하는 해충으로 흔히 감로 배설물에 의한 그을음병이 발생하여 외관상 문제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 목화진딧물에 의한 피해는 바이러스 매개로 인한 잎의 모양 변형 등 식물의 생리적 피해가 더욱 심각하다(Ebert and Cartwright, 1997). 왕붉은잎큰나방이나 무궁화잎밤나방은 연중 발생하여 새 가지의 잎 등을 가해하는데 대발생할 경우 나무의 잎을 모두 가해할 정도의 피해를 주는 해충이다(Park et al., 2004; Kim et al., 2013). 점노랑들명나방은 꽃봉오리나 종자를 파고들어 가해하기 때문에 꽃의 개화나 종자의 결실에 문제가 발생한다(Kim et al., 2013). 목화명나방은 잎을 말아 엽육조직을 가해한다(Lee, 2005; Kim et al., 2013). 무궁화의 경우, 국내·외에서 약 300여 종의 품종이 개발되어 재배되고 있다(KFRI, 2014). 그러나 무궁화에서 발생하는 해충에 대한 앞선 연구들은 무궁화 품종을 고려하지 않았으며, 아직까지 국내‧외에서 개발‧보급되고 있는 무궁화에 대해서 품종별 해충 발생상의 차이를 비교한 사례는 없다.
일반적으로 식물의 육종은 특정 기능을 강화하거나 우수한 형질을 개량하기 위해 수행하며, 이 과정에서 병해충에 저항성 또는 내성을 보이는 품종이 개발되기도 한다. 만일 특정 품종에서 해충 피해가 덜 나타난다면 이들 품종을 보다 개량하거나 확대 보급하여 해충 방제에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므로 품종에 따른 해충상 조사는 매우 중요하다. 국내‧외에서 개발된 300여 종의 품종은 꽃 색깔(배달계, 단심계, 아사달계)과 꽃 형태(홑꽃, 반겹꽃, 겹꽃)에 따라 다양하게 구분되며(KFRI, 2014), 품종에 따라 형태적 특성 외에도 개엽 및 개화 시기 등 생리적 특성도 매우 다양하다.
따라서 본 연구는 국내에서 재배되고 있는 무궁화의 주요 품종별 해충상을 조사하기 위해 수행하였다. 또한 해충의 발생은 기후 조건 등 외부 환경에 따라 변화할 수 있으므로 동일한 품종을 대상으로 지역별, 년도별 해충 발생 여부 및 발생 밀도를 비교하였다.
재료 및 방법
무궁화의 해충상 조사는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명자원연구부 무궁화 품종보존원(수원시 권선구 소재, 약 1,600 m2)과 대연수목전시원(부산광역시 남구 소재, 약 1,750 m2)에서 수행하였으며(Figure 1), 지역간 비교를 위해서 두 지역 모두에 식재된 30품종을 선정하였다. 선정된 30품종은 무궁화 품종 중 가장 선호도가 높아 널리 보급된 종이거나 식재를 권장하는 종이다. 부산의 대연수목전시원과 수원의 무궁화 품종보존원은 다수의 해충이 발생하고 있지만 조사 기간 동안 해충 발생 조사를 위해 화학적 방제는 하지 않았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동안 봄철(4~5월 중), 여름철(6~7월 중) 및 가을철(9~10월 중)에 해충 발생 상황을 조사하였다. 부산의 평균기온은 수원에 비해 다소 높기 때문에 수원보다 2주~3주 정도 이른 시점에 조사를 수행하였다. 따라서 부산은 매년 4월 하순, 6월 하순, 9월 하순경에 조사를 수행하였고, 수원은 5월 초순, 7월 초순, 10월 초순경 조사를 수행하였다. 조사 첫해에는 시험지 선정 작업이 늦어져 수원과 부산 모두 5월에 조사하였으나, 이후에는 기후 조건을 고려하여 부산 지역 조사를 수원보다 약간 이른 시점에 수행하였다. 조사는 현장에서 육안으로 나무 전체를 조사하였으며, 종별 개체수를 기록하였다. 현장에서 종 동정이 어려운 경우에는 채집하여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병해충연구과 산림해충실험실로 운반하였고, 건조표본을 제작한 후 동정하였다. 또한 나방류 유충의 경우에는 무궁화 잎을 먹이로 제공하며 실내에서 사육하였고 성충으로 우화하면 건조표본으로 제작하여 종을 동정하였다. 제작한 건조표본은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병해충연구과 해충표본실에 수장하였다.
수원의 무궁화 품종보존원에는 품종별 3본의 나무가 식재되어 있고 부산의 대연수목전시원에는 품종별 2본의 나무가 식재되어 있었기 때문에 품종별로 확인된 해충별 개체수는 합해서 분석하였다. 목화진딧물의 경우, 2019년도에 집중적으로 품종별 개체수를 조사하였으나 다른 종에 비해 개체수가 매우 많아 품종간 비교 분석은 다른 종과 구분하여 별도로 수행하였다. 품종에 따른 해충 군집의 특성을 분석하기 위해 품종별 해충 종수와 개체수를 계산하였다. 목화진딧물을 제외한 전체 종수와 개체수, 그리고 주요 해충의 품종별, 조사연도별 발생 소장은 two-way ANOVA를 이용하여 비교하였다. 95% 유의수준에서 통계적 유의성이 확인되면 HSD검정을 수행하여 그룹간 차이를 확인하였다. 자료 분석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인 R version 4.0.3(R core team, 2020)을 이용하였으며, 종수와 개체수 비교 및 주요 해충의 발생 소장 비교를 위해서 ‘aov’ 명령어를 이용하여 two-way ANOVA 분석을 수행하였다.
결 과
2018~2020년 조사 결과, 개체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목화진딧물(부산 79,059개체, 수원 23,654개체)을 제외하고 부산에서는 20종 1,147개체의 곤충이 채집되었고, 수원에서는 31종 2,240개체의 곤충이 채집되었다(Table 2). 종명이 확정되지 않은 종을 제외하면, 총 32종 3,354개체가 무궁화에서 확인되었고, 이 중에서도 무궁화를 가해하거나 가해할 가능성이 있는 종은 27종으로 정리되었다(Appendix-1).
Abbreviation for flower colors: LR, a lilac flower with a red eye in the center; PP, a white or light pink flower with pink patterns on the edge of petals; PR, a pink flower with a red eye in the center; PrR, a purple-red flower with a red eye in the center; WR, a white flower with a red eye in the center.
3년 동안 발생한 해충의 종수와 개체수를 품종별로 비교한 결과, 일부 품종에서 해충이 다소 많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었으나, 전반적으로 품종간 차이는 크지 않았다[Figure 2(A), (B)]. 목화진딧물을 제외하고 부산과 수원에서 조사된 해충의 종수와 개체수를 품종간, 지역간 비교 결과, 부산에 비해 수원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은 종수(F=11.20, d.f.=1, p=0.001)와 개체수(F=17.26, d.f.=1, p<0.001)가 확인되었으나, 종수와 개체수 모두 품종간 차이는 확인되지 않았다(Table 3).
확인된 개체수를 기준 주요 해충으로는 목화진딧물, 점노랑들명나방, 왕붉은잎큰나방, 목화명나방, 썩덩나무노린재, 알락수염노린재, 갈색날개노린재 순이었다. 이들의 지역별, 품종별 발생 상황을 보면, 목화진딧물은 품종과 관계없이 발생하였고, 점노랑들명나방은 29~30품종[Figure 3(a)], 썩덩나무노린재는 25~26품종[Figure 3(d)], 그리고 갈색날개노린재는 22~25품종[Figure 3(f)]으로 거의 모든 품종에서 발생하였다. 왕붉은잎큰나방, 목화명나방 및 알락수염노린재의 발생 양상은 지역에 따라 매우 다르게 나타났다. 왕붉은잎큰나방은 수원에서 30품종에서 확인되었으나 부산에서는 10품종에서만 확인되었고[Figure 3(b)], 목화명나방은 부산에서 25품종에서 확인되었으나 수원에서는 6품종에서만 확인되었다[Figure 3(c)]. 알락수염노린재는 부산에서 3품종에서 발생하였으나 수원에서는 22품종에서 확인되었다[Figure 3(e)]. 이들 주요 6종의 발생 밀도는 대체적으로 품종보다는 조사 지역에 따른 차이가 확인되었다(Table 4). 목화진딧물을 제외한 주요 6종 중에서 썩덩나무노린재만 지역간 발생 밀도의 차이가 없었고(F=1.18, d.f.=1, p=0.280), 목화명나방(F=8.43, d.f.=1, p=0.004), 점노랑들명나방(F=4.28, d.f.=1, p=0.041), 왕붉은잎큰나방(F= 26.81, d.f.=1, p<0.001), 알락수염노린재(F=31.51, d.f.=1, p<0.001) 및 갈색날개노린재(F=10.32, d.f.=1, p=0.002)는 지역간 발생 밀도에 차이가 뚜렷하였다.
주요 해충의 발생량은 조사 지역과 년도에 따라 다소 달랐는데, 점노랑들명나방은 부산과 수원 모두 6~9월에 걸쳐 발생하였고, 특히 2019년 8~9월경에 피해가 많이 관찰되었다[Figure 4(a)]. 수원에서 주로 발생한 왕붉은잎큰나방은 6~7월 중에 주로 발생하였는데, 2018년에는 거의 발생이 없었으나 2019년에 다소 증가한 후, 2020년에는 발생량이 크게 증가하였다[Figure 4(b)]. 목화명나방은 부산에서 2018년 9월에 높은 밀도로 발생하였으나 2019~ 2020년에는 거의 발생하지 않았거나 매우 낮은 밀도로 발생하였다[Figure 3(c)].
노린재목 주요 해충인 썩덩나무노린재는 부산과 수원에서 공통으로 많이 발생하였으며, 발생이 거의 없었던 2018년에 비해 2019~2020년에 다소 많은 개체가 확인되었다[Figure 4(d)]. 썩덩나무노린재와는 달리, 알락수염노린재는 부산에서[Figure 4(e)], 갈색날개노린재는 수원에서 많이 발생하였다[Figure 4(f)]. 목화진딧물은 2018년에만 정밀하게 조사되어 연도별 발생은 비교할 수 없었으나 4~5월 중에 급격히 증식한 이후 2차 기주로 이동하였고, 부산에서는 5월 이후, 수원에서는 6월 중순 이후부터는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았다.
고 찰
무궁화 품종별 해충상에 대해 3년에 걸쳐 조사를 수행한 결과, 조사 지역에 따른 해충 군집의 종수, 개체수 및 우점종의 밀도 차이는 확인되었지만, 품종에 따라 해충의 발생 양상이 달라지는 것은 확인할 수 없었다. 다만, 홍단심계에 속하는 품종에서 다소 많은 해충이 발생하는 양상이었다. 부산의 경우 백단심계의 ‘월산’과 홍단심계의 ‘고요로’, ‘불꽃’, ‘서광’, ‘영광’에서 가장 많은 해충 종이 발생하였고, 수원에서는 홍단심계의 ‘삼천리’, ‘향단심’, ‘새영광’ 및 배달계의 ‘소월’, ‘사임당’에서 가장 많은 해충 종이 발생하였다. 개체수의 경우, 부산에서는 백단심계의 ‘화랑’, ‘선덕’, ‘심산’ 및 홍단심계의 ‘향단심’, ‘홍화랑’에서 많은 해충이 확인되었고, 수원에서는 홍단심계의 ‘새아침’, ‘삼천리’, ‘새영광’, ‘향단심’, ‘대광’에서 많은 해충 종이 확인되었다. 따라서 향후 지속적인 품종별 해충 발생 상황을 조사하여 품종과 해충 발생 양상의 관계를 밝힐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품종별 해충의 발생 정도는 차이가 크지 않았는데, 이는 조사 지역별 주변 환경의 차이가 더 컸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실제 수원에 위치한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명자원연구부 무궁화 품종보존원의 규모가 부산의 대연수목전시원에 비해 넓고, 조사 대상 무궁화의 연령이 다소 낮은 특징 등 환경적 요인의 차이가 존재하였다. 또한 부산의 대연수목전시원은 도심지 내 공원으로 규모가 작고 주변 식생이 다소 단순한 측면이 있었다. 이런 환경적 차이로 인해 주요 해충 종의 개체군 크기나 발생 여부가 달라졌을 가능성이 높다.
부산과 수원 모두에서 발생한 목화명나방과 왕붉은잎큰나방은 조사 지역에 따라 발생 밀도의 양상이 반대되는 경향을 보인 바 있다. 꽃봉오리와 종자를 섭식하는 점노랑들명나방과 달리 목화명나방과 왕붉은잎큰나방의 유충은 식엽성이기 때문에 먹이 자원에 대한 경쟁 관계에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두 종의 발생 밀도가 지역에 따라 다른 것으로 미뤄볼 때 무궁화가 식재된 환경이 두 종의 발생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데, 이는 향후 조사 지역의 확대를 통해 자세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 무궁화 해충상을 연구한 기존의 연구에서 도로를 따라 여러 수종의 가로수와 함께 식재된 무궁화의 경우에는 이들 두 종의 발생 밀도가 높은 편이었으며 두 종 중에는 왕붉은잎큰나방의 밀도가 더 높았던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Lee, 2005; Kim et al., 2013). 왕붉은잎큰나방의 높은 밀도는 이전의 연구(Park et al., 2004)에서도 보고되고 있어 이 종에 대한 관리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주요 나방류 해충 중 유일하게 꽃봉오리와 종자를 가해하는 점노랑들명나방은 많은 꽃이 개화하는 무궁화의 특성상 큰 문제는 되지 않을 수 있으나, 종자를 채취해야 하는 품종보존원과 같은 특수한 목적으로 무궁화가 재배되는 지역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별도의 관리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잎을 가해하는 나비목과 달리 줄기, 잎, 꽃, 종자를 흡즙하여 가해하는 갈색날개노린재, 썩덩나무노린재, 알락수염노린재 등의 노린재목 해충은 6~7월에 약충이 출현하기 시작하여 8~9월에 성충이 출현하였다. 무궁화의 종자 결실이나 잎의 생장 등에 일부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되지만, 여름철 수많은 꽃이 개화하고 종자 결실로 이어지는 무궁화의 특성상 이들로 인한 피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다른 노린재목 해충과는 달리 목화진딧물은 봄철에 밀도가 증가하여 미관상 문제를 유발하지만, 6월부터는 대부분의 목화진딧물이 인근의 2차 기주로 이동하여 무궁화에서는 사라지거나 매우 낮은 밀도로만 발견되기 때문에(Shim et al., 1979; Park et al., 2004; Lee, 2005; Kim et al., 2008, 2013) 이들의 발생 여부 또는 봄철의 높은 밀도는 무궁화의 전반적인 생장에 크게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목화진딧물 발생 이후에 그을음병이나 바이러스에 의한 잎의 변형이 관찰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이로 인한 생장 피해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 또한 발생 기간이 다소 긴 다른 노린재목 해충과 달리 목화진딧물의 발생은 봄철에 집중되는데, 부산의 경우 4~5월에 발생한 것에 비해 수원에서는 5~6월에 발생하여 기후 조건에 따른 발생시기 차이도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결과는 무궁화의 주요 해충 관리를 위해서는 기후를 고려한 지역별 맞춤형 관리 방법이 요구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향후 더 많은 지역을 대상으로 무궁화 해충 발생 시기 등 정밀한 조사가 필요하다.
기존에 알려졌던 주요 해충 외에도 2000년대 이후 국내로 유입된 외래 해충이 다수 발견되었는데, 미국에서 유입된 미국선녀벌레 약충과 중국에서 유입된 갈색날개매미충의 산란 피해가 확인되었다. 비록 무궁화 식재지 내 이들의 밀도는 높지 않았지만 향후 지속적인 예찰을 통해 무궁화에서 어느 정도 발생을 하고 피해를 주는지에 대해서도 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갈색날개매미충은 흡즙에 의한 피해보다는 산란 시 발생하는 가지 상처로 인한 영양분과 수분의 이동 장애가 문제가 되는데 가지 전정 여부에 따라 피해 발생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 미국선녀벌레는 높은 밀도로 흡즙할 경우 새가지 부위가 시들어 죽을 수 있을 정도로 피해를 주므로 발생 밀도 증가 정도에 따라 예찰이 필요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 확인된 곤충 중 종 동정이 완료되지 않았거나 무궁화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판단되는 종을 제외한 해충은 총 27종(Appendix-1)으로 과거 무궁화 해충상 전반에 대한 연구에서 기록한 11~12종(Park et al., 2004; Lee, 2005; Kim et al., 2013)에 비해 많은 수가 무궁화 해충 가능성이 있는 종으로 조사되었다. 무궁화 해충 가능성이 매우 낮은 종을 제외하면 기존 문헌에 비해 19종이 추가되었는데, 미국선녀벌레, 주홍날개꽃매미, 갈색날개매미충과 같은 외래종도 있고, 2020년도에 대발생한 매미나방의 유충이 발견된 경우도 있었다. 이외에는 기주범위가 넓은 것으로 판단되는 톱다리개미허리노린재, 시골가시허리노린재, 알락수염노린재, 대벌레가 발견되었다. 그리고 기존 문헌에는 보고되지 않았으나 무궁화의 꽃을 가해하는 것으로 알려진 꽃무지류와 풍뎅이류가 다수 추가되었다. 이들 종 중 일부는 무궁화에 크게 피해를 주지 않거나 주변 식생과 연관되어 발생하였을 가능성도 있으므로 보다 정확한 해충 목록을 작성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지역에서 무궁화 해충상 조사가 이뤄질 필요가 있으며, 실제 가해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2020년 12월 기준으로 농약등록 현황을 보면, 무궁화를 대상으로 사용가능한 농약은 전무한 실정이나(RDA, 2020), 먹거리에 대한 농약허용기준강화(PLS, positive list system) 제도의 시행에 따른 농약 사용 제한으로 해충 관리는 더욱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목화명나방, 점노랑들명나방, 갈색날개노린재, 썩덩나무노린재 등 일부 주요 해충에 대해서는 페로몬 성분이 알려져 있거나 트랩으로 개발되어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관리 방안이 매우 부족하다. 특히 높은 밀도로 식엽 피해를 주는 왕붉은잎큰나방이나 농업생태계에서도 문제가 되는 목화진딧물 등 주요 해충에 대해서는 화학적 방제법을 비롯한 다양한 방제법이 개발·적용될 필요가 있다. 또한 국제교역의 증가, 기후변화 등 대내·외 환경 변화로 인해 외래 해충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주기적인 예찰 조사를 통해 새로운 해충 탐색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