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종자를 저장하는 경우는 크게 수확 후 파종 전까지의 단기 저장, 매년 종자 생산량이 일정하지 않은 종에 대해 안정적인 종자 공급을 위한 중기 저장, 그리고 유전자원의 보존을 위한 장기 저장으로 나눌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저장 기간과 전략이 결정된다(Bonner and Karrfalt, 2008). 특히 종자의 저장은 산림유전자원의 현지외 보존을 위한 매우 유용한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현지내 보존의 보완과 생물다양성 확보를 위해 유전자은행(genebank)을 이용한 현지외 보존이 이루어지고 있다(Kim et al., 2012).
종자 저장을 통한 현지외 보존의 목표는 종자의 품질 저하를 최소화하여 재생 가능한 상태로 가능한 오랜 기간 보존하는 것이다. 종자는 휴면 상태(cryptobiotic)의 생물체이고 발아하기 전까지는 생명 활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가시적인 징후는 없지만, 시간에 따라 활력(seed viability)과 재생률(revitalization)을 소실하며 정상적인 묘를 생산하지 못한다(Walters, 1998). 이러한 종자의 저장 능력을 결정하는 것은 저장 환경과 종자 수명이다. 먼저 종자의 저장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원칙은 종자를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종자에서 일어나는 물질대사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충분한 건조저항성을 가지는 진정종자(orthodox seed)의 경우, 건조를 통해 종자의 함수율을 최대한 낮추고 가능한 한 낮은 온도에 저장하는 것이 저장 전략이다(Harrington, 1972; Bonner and Karrfalt, 2008). 또한 종자의 수명은 주로 유전적 요인과 종자 발달 과정, 채취 당시의 종자 성숙도, 채취 후의 취급의 효과가 누적되어 결정되는데(Fleming et al., 2019; De Vitis et al., 2020), 이는 같은 수종 내에서는 물론이고 개체간 내에서의 변이도 크다. 그러므로 같은 유전적 계통을 가져도 종자 수명이 다르며, 일정한 저장 조건 하에서 종자가 퇴화하는 속도가 다를 수 있다(Hay and Whitehouse, 2017). 따라서 효율적인 현지외 보존 및 관리를 위해 활력과 재생률이 유지되는 최적 저장 기간을 설정하고 주기적으로 종자의 품질을 검사하는 것이 필요하다(FAO, 2014).
종자 품질(seed quality)은 활력(seed viability), 종자세(seed vigor), 순도(purity), 건전도(seed health), 저장 수명(storage life) 등의 특성을 포함하는 개념으로(Bewley, 2013), 유전자은행에 보존되는 종자의 품질을 장기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종자의 활력과 종자세의 평가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종자의 활력은 적절한 환경에서 종자가 발아하여 유묘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Bradbeer, 1988)으로, 발아능(germination ability)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종자의 활력을 검사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먼저 전통적인 발아 검사가 표준 방법으로 제시되고 있다(FAO, 2014; Fu et al., 2015). 국제종자검사협회(International Seed Testing Association, ISTA)에서는 발아 검사를 위해 표준규정을 제시하고 있으며, 여기서 얻어진 기내 발아율을 통해 종자의 활력을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종자의 퇴화가 일어남에 따라 기내 발아율보다 포장출현율이 먼저 떨어지고 발아 속도와 균일성 또한 감소하는데, 이렇게 발아율만으로는 알 수 없는 유묘의 건강성과 종자의 저장 능력 등을 설명하기 위한 개념이 바로 종자세(seed vigor)이다. 미국의 공인종자검사자협회(Association of Official Seed Analysts, AOSA)에서는 종자세를 “광범위한 포장조건에서 종자가 빠르고 균일하게 발아하여 정상묘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하였다. ISTA, AOSA에서 종자세를 검사하기 위한 방법으로 인위적 노화처리 검사, 전기전도도 검사, 저온 검사 등을 제시하고 있지만, 종자세를 평가하는 표준 방법은 정립되지 않았다. 종자세는 빠르고 균일한 발아와 연관되므로 발아속도나 발아균일도를 통해서도 평가할 수 있으며, 이를 계산하기 위해 T50(Coolbear et al., 1984; Farooq et al., 2005)이나 평균발아일수(Labouriau, 1983 Ranal and Santana, 2006), 발아균일지수(Heydecker, 1973; Bewley & Black, 1994 in Ranal and Santana, 2006) 등의 지표들이 이용되고 있다(Soltani et al., 2015; Ranal and Santana, 2006).
전기전도도 검사는 ISTA, AOSA와 같이 종자 검사에 대한 표준 규정을 만드는 국제 기구에서 제시하는 종자세 평가 방법 중 하나이다. 건조된 종자가 발아하기 위해 수분을 흡수할 때, 수분이 세포 내로 갑자기 밀려들면서 일시적으로 세포 구조, 특히 원형질막에서 섭동작용(perturbation)과 수분 포텐셜 차이에 의한 압력을 받아 손상을 입게 되는데, 건전한 상태의 종자는 곧 회복되지만(Lin et al., 2019), 활력을 잃은 종자는 이러한 손상에 취약한 상태이므로 가용성 당, 유기산, 아미노산, 이온 등의 누출이 일어나게 된다(Simon and Harun, 1972; Ouyang et al., 2002; Mattews and Powell, 2006; Choi and Yang, 2015). 이렇게 종자로부터 누출된 성분들이 종자 침출수의 전기전도도를 결정하게 되므로, 이러한 원리를 이용해 활력과 종자세 차이가 큰 개체를 비교하는 간편한 방법으로 전기전도도가 이용되고 있다. 또한, Woodstock et al.(1985)은 종자 침출수의 전기전도도보다 무기염 조성이 종자세와 더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하였는데, 종자 내 무기 원소는 주로 phytin에 포함되어 있고 발아 등 생리작용에 조인자(co-factor)로 작용한다고 알려져 있으며(Bewley et al., 2013), 그 농도가 발아 과정에서 그 농도가 변한다는 것이 보고되었으나(Eggert and Wiren, 2013), 정확한 역할은 밝혀지지 않았다.
소나무(Pinus densiflora Siebold & Zucc.)는 우리나라 전역 표고 1300 m 이하의 산야에서 자생하고 전국적으로 식재되는 상록침엽교목이다. 소나무는 오랫동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수종으로 생활양식과 문화, 예술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Choi, 2014). 현재에도 2020년 기준 전체 산림면적의 25.1%를 차지할 뿐 아니라, 최근 5년간 전체 조림면적 중 17.8%를 차지하는 주요 조림수종 중 하나이기도 하다(KFS, 2022). 소나무 종자의 저장성은 Millennium seed bank 프로젝트에 의해 수집된 Kew Gardens의 종자 정보 데이터베이스(Seed information database)에 제시된 바 있는데, 소나무 종자는 함수율 3%까지 건조될 수 있는 건조 저항성을 가지는 진정종자이며, −20°C에서 6년 동안 저장되었을 때 활력 저하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보고된 바 있다(Asakawa, 1978 in Royal Botanic Gardens Kew, 2022).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에서 10년 이상 장기 저장된 소나무 종자의 실제 품질 데이터가 보고된 적은 없어 종자의 저장 관리와 품질 평가를 위한 기초 데이터가 필요하다.
따라서 본 연구는 소나무 종자의 저장 기간과 온도에 따른 품질을 비교하고, 종자 침출수의 전기전도도 및 무기질 누출과의 상관 관계를 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소나무 종자의 현지외 보존 및 장기 저장을 위해 저장성과 저장 온도에 대한 기초 정보 자료를 제공하고, 전기전도도, 무기질 누출 특성을 종자의 퇴화 정도를 판단할 수 있는 지표로서 이용하기 위한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재료 및 방법
본 연구에 사용된 소나무 종자는 유전자원의 현지외 보존을 위해 각기 다른 년도와 장소에서 채취되어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명자원연구부의 종자 저장고에 저장된 종자이며, 각각 채취년도와 장소 및 저장 조건은 Table 1과 같다. 모든 종자는 함수율 5~7% 수준으로 건조 후 진공 포장하여 저장되었다.
장기 저장된 종자의 품질을 평가하기 위하여 발아 실험을 실시하고 발아 특성을 나타내는 지수들을 계산하였다. 발아 실험을 위해 대상 종자를 3차 증류수 25 ml에 넣고 상온에서 24시간 동안 침지한 후(Kim et al., 2011) 9 mm 페트리 디쉬에 여과지(Watman No. 2) 2장을 깔고 증류수로 적신 후 25립 4반복으로 치상한 것을 25°C, 광 16시간, 암 8시간으로 설정된 생장상 안에 두고 28일간 조사하였다(ISTA, 2020). 발아 조사는 유근이 2 mm 이상 자라나온 것을 발아로 간주하여 매일 발아 종자의 개수를 조사하였다.
발아 실험 결과로 얻어진 발아 데이터를 이용해 종자의 발아 특성을 평가하기 위해, 발아율(germination percentage, GP), T50(Coolbear et al., 1984 modified by Farooq et al., 2005), 평균발아일수(mean germination time, MGT, Labouriau, 1983 in Ranal and Santana 2006), 발아속도(germination speed, GS, AOSA, 1983 in McNair et al., 2012), 발아균일지수(coefficient of uniformity of germination, CUG, Heydecker, 1973; Bewley & Black, 1994 in Ranal & Santana, 2006)가 다음과 같이 계산되었다. 이 중 발아율을 이용하여 종자의 활력을, T50, 평균발아일수, 발아속도, 발아균일지수를 활용하여 종자세를 평가하였다.
(S: 치상종자 수, N: 발아종자 수, Ni: N에 대한 50% 발아 직전까지의 발아종자 수, Nj: N에 대한 50% 발아 직후까지의 발아종자 수, Ti, Tj: Ni, Nj시점까지 소요된 발아기간)
발아 실험 전 종자를 24시간 침지했던 침출수 25ml의 전기전도도를 측정하고 무기질을 분석하였다. 침출수의 전기전도도 측정은 pH/Conductivity Meter (Orion Star A215 pH/Conductivity Benchtop Multiparameter Meter, Thermo Fisher Scientific Inc., Waltham, MA, USA)를 이용하였으며, 무기질 분석은 유도결합 플라즈마 분광광도계(PlasmaQuant PQ 9000 (Elite) High-resolution Array ICP-OES, Analytik Jena AG, Jena, Germany)를 이용하여 침출수에 포함된 Ca, Cu, Fe, K, Mg, Na, Mn, Zn의 농도를 분석하였다.
결 과
저장 기간과 저장 온도가 다른 8개 처리 종자의 발아특성을 조사한 결과, 종자의 발아율, 발아일수를 뜻하는 T50과 평균발아일수, 발아속도, 발아균일도를 나타내는 발아균일지수에 처리 간 차이가 있었다(p<0.05, Table 2).
Each field value represents mean (n=4).
Different letters in a column represent significant difference among treatments according to Tukey's HSD tests at α = 0.05.
발아율, 발아일수, 발아속도, 발아균일도를 모두 고려했을 때 가장 품질이 좋았던 종자는 2010년에 채취하여 −18°C에 12년간 저장된 종자(treatment VI)였으며, 2010년, 2015년에 각각 채취하여 4°C에 12년, 7년 저장된 종자(treatment VII, VIII) 역시 크게 품질이 떨어지지 않았다.
2003년에 채취하여 19년 간 저장된 종자의 경우, 저장온도가 4°C인 경우 활력을 모두 상실하였다. 이에 비해 −18°C에 저장된 종자(treatment I, II)는 발아율이 각각 72.0%, 88.0%로 활력을 일부 상실하였고, treatment I의 경우 Treatment VII, VIII에 비해 발아속도가 다소 느려, 평균발아일수, 발아속도에 있어 통계적인 차이가 나타났다.
2008년에 채취하여 4°C에 14년 간 저장된 종자(treatment V)는 발아율이 90.0%로 treatment VI, VII, VIII에 비해 다소 낮았으나 통계적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으며, 발아일수의 증가, 발아속도와 발아균일도의 경우 차이가 있었다(p<0.05).
저장 기간과 저장 온도가 다른 8개 처리의 종자로부터 얻은 침출수의 전기전도도(Figure 1)와 누출된 무기질 농도(Table 3)를 조사한 결과, 침출수의 전기전도도와 K, Ca, Cu, Mg, Fe 농도에 처리 간 차이가 있었다(p<0.05). 전기전도도의 경우 활력을 완전히 소실한 종자(treatment III, IV)에서는 뚜렷하게 높았으나, 활력을 일부 소실한 종자(treatment I, II)나 종자세가 떨어진 종자(treatment V)는 품질 저하가 일어나지 않은 종자(treatment VI, VII, VIII)와 비교하였을 때 통계적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활력이 일부 감소한 treatment I, II보다 종자세의 감소가 먼저 이루어진 treatment V에서 전기전도도 값이 다소 더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Each field value represents mean value (n=4).
Different letters in a column represent significant difference among treatments according to Tukey's HSD tests at α = 0.05.
침출수에 포함된 Ca, Cu, Fe, K, Mg, Mn, Na, Zn의 농도의 경우, 검출된 원소 중에서는 K의 농도가 가장 높았고, 그 다음으로는 Na, Ca, Cu, Mg, Fe 순으로 평균 농도가 높게 나타났다. Mn과 Zn은 검출되지 않았으며, Fe의 경우, 검출량이 극소량(평균 0.008mg L−1)이거나 미검출되었다. K, Ca, Na, Mg의 경우, 활력을 완전히 소실한 종자(treatment III, IV)와 그렇지 않은 종자에서의 농도에서 다소 차이를 보였으며, Cu의 경우, 2003년에 채취한 종자(treatment I, II, III, IV)와 2008년, 2010년에 채취한 종자(treatment V, VI, VII, VIII)들 간에도 뚜렷한 차이가 있었다(p<0.05)
발아 특성과 침출수의 전기전도도, 누출된 무기질 농도와의 상관계수를 구하고 유의수준 5%에서 유의성을 분석한 결과(Table 4), 전기전도도는 발아율과 부의 상관(rs= −0.723),T50과 정의 상관(rs=0.481),평균발아일수와 정의 상관(rs=0.443), 발아속도과 부의 상관(rs=−0.471)을 보여 전기전도도가 높을수록 발아율과 발아속도가 낮고 발아일수가 높은 관계가 있었다. 발아율과 유의한 부의 상관을 나타낸 무기질은 Ca(rs=−0.688), K(rs=−0.633), Mg(rs=−0.489), Na(rs=−0.709)였으나, 이들과 T50,평균발아일수, 발아속도, 발아균일지수와의 상관관계는 유의하지 않았다. Cu의 경우, 발아율과 매우 유의한 부의 상관(rs=−0.852)을 보였으며, 발아균일지수와도 부의 상관관계(rs=−0.509)가 있었다. Fe는 대부분의 발아특성과 상관관계가 유의하지 않았고, 발아균일지수와는 정의 상관을 보였다(rs=0.415).
Each field value represents Spearman's correlation coefficient.
GP: germination percentage, MGT: mean germination time, GS: germination speed, CUG: coefficient of uniformity of germination, EC: electrical conductivity
고 찰
종자의 저장 능력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저장 온도와 종자 함수율, 그리고 종자 수명이다. 본 실험에 이용된 종자들은 종자함수율 5~7%까지 건조되어 진공포장된 상태로 저장되어 있었으므로 종자 저장 능력을 좌우한 것은 저장 온도와 종자 자체의 수명이라고 할 수 있다.
종자의 퇴화 정도와 품질은 활력과 종자세를 통해 판단하였는데, 각기 다른 년도와 다른 장소에서 채집된 종자의 경우, 연 기후와 임분의 유전 구조 등 환경인자와 유전적 특성에 따라 충실종자 비율이 달라지기 때문에 현재 시점의 발아율만으로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본 실험에 이용된 종자 시료들의 충실율은 평균 99.5%이며, 시료들 간에 충실율의 통계적인 차이 역시 없었기 때문에(p=0.2619), 발아율의 차이가 곧 활력을 상실한 정도라고 간주하였다. 또한 종자의 퇴화에 따라 발아능보다 종자세의 감소가 먼저 일어난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는데(Delouche and Caldwell, 1960), 종자세는 발아율만으로는 알 수 없는 종자의 저장성, 스트레스 저항성, 포장출현율 등을 결정짓는 요소이므로(Marcos-Filho, 2015), 종자의 퇴화 정도 및 품질을 판단하기 위해 함께 고려하였다.
발아율, 발아일수, 발아속도, 발아균일도를 모두 고려했을 때, 가장 품질이 좋았던 종자는 2010년에 채취하여 −18°C에 12년 간 저장된 종자(treatment VI)였으며, 같은 종자를 4°C에 12년 저장한 종자(treatment VII), 2015년에 채취하여 4°C에 7년 간 저장된 종자(treatment VIII) 역시 크게 품질이 떨어지지 않았다. 2008년에 채취하여 4°C에 14년간 저장된 종자(treatment V)의 경우 활력을 잃지 않은 종자들(treatment VI, VII, VIII)과 발아율의 통계적인 차이는 없었으나, 발아속도가 현저히 느리게 나타나 종자의 퇴화로 인해 종자세의 감소가 일어나고 있다고 보인다. 한편 2003년에 채취하여 19년 간 저장된 종자의 경우 4°C에 저장된 종자(treatment III, IV)는 활력을 완전히 상실했으며, −18°C에 저장된 종자(treatment I, II)는 활력을 일부 상실하고 발아속도가 다소 느렸기 때문에, 저온에 저장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저장에 의해 종자 품질 저하가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기 활력과 종자세가 다른 8개 처리는 전기전도도와 누출된 무기질 농도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전기전도도는 활력을 모두 소실한 treatment III, IV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그 차이가 통계적으로도 유의하였다(p<0.05). 그 다음으로 나머지 처리간에는 통계적인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발아율이 일부 감소한 treatment I, II보다 오히려 활력에 비해 종자세의 감소가 먼저 이루어진 treatment V에서 전기전도도 값이 다소 더 높게 나타났다. 따라서 전기전도도의 증가가 활력보다는 종자세 감소를 민감하게 나타낸다고 유추할 수 있다.
소나무 종자 침출수에서 가장 농도가 높았던 무기질은 K였으며, K의 평균 농도는 검출된 다른 무기질에 비해 최소 6배, 최대 625배 높게 나타났다. 기존 문헌에서도 완두콩 종자(Matthews and Rogerson, 1976 in Mattews and Powell, 2006), 대두 종자(Dias et al., 1997), 목화종자(Woodstock et al., 1985) 등 종자 침출수에 포함된 이온은 주로 K로 보고된 바 있다. 그 다음으로 농도가 높은 무기질은 Na, Ca이었으며, 기존에 알려진 대로 종자 침출수에서 검출되는 무기질 중 K, Na, Ca이 가장 풍부하다는 사실과 일치한다(Kim and Han, 2010). Woodstock et al.(1985)는 Ca가 K와 더불어 종자의 생리적 잠재력을 평가하는 지표로 이용될 수 있다고도 하였다. Cheng et al. (2005)은 작은 활력 차이를 비교하기 위해 K/Na 비율을 비교하였으나, 본 연구에서는 K/Na 비율이 K, Na의 단순 농도에 비해 활력 혹은 종자세 감소 경향을 뚜렷하게 드러내지는 않았다. Cu의 경우, 2003년에 채집한 종자(treatment I, II, III, IV)의 경우, 0.5 mg L−1이상이었으나, 나머지 종자(treatment V, VI, VII, VIII)의 경우, 약 0.05 mg L−1로 약 10배 차이가 났다. Fe는 매우 소량 검출되었고, Mn과 Zn은 아예 검출되지 않았다. 같은 속인 리기다소나무(P. rigida)의 경우에도 인공노화 처리 기간에 따라 K, Na, Fe의 농도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은 같았지만, Fe의 농도는 나머지 두 원소에 비해 낮게 나타났는데(Han et al., 2006), 본 실험에서도 이들 무기질의 농도 순위가 비슷하게 나타났다.
소나무 종자 침출수의 전기전도도, 무기질 농도와 종자의 발아 특성 간에 상관관계가 있다면, 종자 침출수 분석을 소나무 종자의 빠르고 간단한 품질 평가에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발아율의 경우, 전기전도도 및 Fe를 제외한 모든 검출 대상 무기질의 농도와의 상관관계가 유의하였으며, 발아율과 종자세가 모두 떨어진 treatment III, IV에서 매우 높은 값을 가지고 나머지에서 낮은 값을 가지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종자세를 나타내는 발아일수, 발아속도의 경우, 종자 침출수의 전기전도도와는 유의한 상관을 보인 반면, 각 무기질의 농도와는 상관성을 보이지 않았다. 또한 발아균일도의 경우, 전기전도도와도 그 상관관계가 유의하지 않았으며, Cu와 Fe 농도에서만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Cu 농도는 발아균일도와 부의 상관(rs=−0.509)을 보여 발아균일도가 낮을수록 Cu 농도가 높은 경향이 있었는데, 이는 인공 노화 처리한 무와 배추 종자 침출수의 경우에서 Cu 성분이 전혀 검출되지 않은 것과 상반되는 결과이다(Min and Hong, 2014). 또한 2003년에 채집된 종자(treatment I, II, III, IV)에서 Cu 농도가 유의하게 높았으므로, 이 차이가 장기간 저장에 따른 품질 저하에서 기인한 것일 수도 있지만, 개체간의 차이일 수도 있어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한편, Fe 농도의 경우, 발아균일도와 정의 상관(rs=0.415)을 보여 반대 경향을 보였으나, 모든 처리에서 Fe 농도 자체가 매우 낮게 검출되었으므로, 두 변수 사이에 실제 상관관계가 존재한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갈매보리수나무(Choi and Yang, 2015)의 경우, 장기 저장 또는 인공노화 처리 기간과 종자 침출수에 포함된 무기이온 개별 농도와의 상관관계가 유의하였으나, 상관관계가 유의하지 않거나 크지 않은 경우(Lee and Hong, 1998; Cheng et al., 2005; Kim and Han, 2010; Kim et al., 2011)도 보고되었다. 소나무 종자의 경우, 품질 차이가 적은 경우에는 종자 침출수의 무기질 농도를 통해 종자 품질을 평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결 론
대부분의 소나무속(Pinus) 종자는 진정종자로, 종자함수율 5~10% 내로 건조하여 −5~−18°C에서 저장할 경우 5~10년 이상 저장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Bonner and Karrfalt, 2008; Kim et al., 2012), 같은 수종이어도 수확 당시의 성숙도에 따라 종자의 수명이 다르기 때문에 개체에 따라 같은 저장 조건 하에서도 퇴화 속도가 다를 수 있다. 소나무 종자는 이전에도 −20°C에서 6년 동안 저장되었을 때 활력 저하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보고된 바 있다(Asakawa, 1978 in Royal Botanic Gardens Kew, 2022). 본 실험 결과에서는 12년 간 4°C에서 활력 및 종자세 저하가 거의 없이 안정적인 저장이 가능하고 −18°C에서는 활력과 종자세의 소실이 거의 없어 저장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는 여지를 보이는 개체가 있었으며, 4°C에 14년 간 저장되었을 때 종자세의 감소가 먼저 일어나고 있는 개체가 존재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또한 −18°C에 저장할 경우, 저장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이나, 19년 저장된 종자에서는 일부 활력을 상실하는 경우도 있었다. FAO의 genebank standards에 따르면, 종자의 활력이 초기 활력의 85% 이하로 떨어지기 전에 갱신(regeneration)이 이루어져야 한다(FAO, 2014). 따라서 소나무의 현지외 보존을 위한 종자 장기 저장 시 저장 온도 4°C 이하에서 저장 기간을 12년 이하로 설정하고, 이 기간 내 갱신을 통해 상실을 최소화하는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소나무 종자 침출수의 전기전도도, 무기질 농도와 발아 특성 간에 상관관계가 존재하며 이들이 종자 활력과 종자세 차이를 나타낸다면, 종자 침출수 분석을 소나무 종자의 빠르고 간단한 활력 평가에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전기전도도의 경우 활력을 모두 상실한 개체에서 매우 높게 나타났으며, 종자세가 먼저 감소한 종자에서 다소 높은 값을 보여 장기 저장된 소나무 종자의 종자세 감소를 나타내는 지표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다. 그러나 침출수의 무기질 농도는 활력을 모두 상실한 개체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으나 이외에는 뚜렷한 경향을 보이지 않아 개체 간의 품질 차이가 적은 경우 누출된 무기질의 종류와 양으로는 품질을 판단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종자 내 무기원소는 발아 등의 생리작용에 조인자로 작용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그 농도가 발아 과정 중에 변하기도 한다고 보고되었으나(Eggert and Wiren, 2013), 이들과 종자 품질과의 관계에 대해서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거의 없다. 후속 연구를 통해 종자 내 무기원소들이 종자의 발아와 노화에 미치는 영향과 종자의 퇴화에 따라 이들의 종자 내 분포와 이동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퇴화 종자가 정상묘를 만들지 못하는 이유가 수분 흡수 과정에서 무기질이 누출되는 것과 관계가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