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초피나무(Zanthoxylum piperitum (L.) DC.)는 운향과(Rutaceae)에 속하는 낙엽활엽 관목으로, 한국·일본·중국 등 동아시아 온대 지역에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주로 남부 및 중부 지역 산림의 아교목층 또는 관목층에서 출현하며, 제비나비류 곤충의 기주식물로서 산림생태계 내에서 일정한 생태적 역할을 수행하는 종으로 보고되고 있다(Son et al., 2016; Inoue et al., 2023). 또한 초피나무는 전통적으로 향신료 및 약용 자원으로 이용되어 왔으며, 열매 껍질과 잎에는 리모넨(limonene), 시트로넬랄(citronellal), 산쇼올(sanshool) 등 다양한 정유 성분이 함유되어 항균, 항산화, 항염 등의 생리활성이 보고된 바 있다(Kim et al., 2004; Choi, 2020).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초피나무를 포함한 Zanthoxylum 속 식물은 기능성 자원식물로서 활용 가능성이 높은 종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야생 개체군에서 종자 확보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는 보고가 있으며(Kang, 2015), 수요 증가에 대응한 안정적인 생산 기반 구축과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재배적지 평가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서식지 훼손과 인위적 교란의 확대,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 조건의 변화는 초피나무를 포함한 유용 자원식물 개체군의 존속과 유전적 다양성 유지에 잠재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IPCC, 2014; Lim et al., 2020; Chae et al., 2022; Tian et al., 2022; Park et al., 2025). 특히 기온과 강수 체계의 변화, 서식지 단편화, 비지속적인 채취 압력 등은 자생 개체군의 축소 및 유전적 다양성 감소와 연관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Applequist et al., 2020), 이는 자원식물 관리뿐만 아니라 산림생태계의 구조와 기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지금까지 초피나무에 대한 연구는 주로 우량 개체 선발, 유전적 다양성 분석, 형태학적 또는 분자생물학적 특성 규명, 약리활성 평가 등에 초점을 두어 수행되어 왔다(Ryu et al., 2016; Feng et al., 2020). 그러나 이러한 연구는 재배 개체군을 대상으로 하거나 조사 범위가 제한적인 경우가 많아, 자생지 산림식생의 구조, 입지환경, 종다양성, 그리고 공출현 종과의 관계 등 생태적 특성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었다. 특히 초피나무 자생 임분의 식생유형과 구조적 특성을 전국 규모에서 체계적으로 분석한 연구 사례는 제한적인 실정이다.
한편, 동일한 초피나무속(Zanthoxylum)에 속하는 산초나무(Zanthoxylum schinifolium Siebold & Zucc.)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경남 지역 자생지를 중심으로 입지환경과 식생구조가 분석되어 재배적지 설정을 위한 기초 자료가 제시된 바 있다(Kim et al., 2022). 이러한 연구는 산초나무속 수종의 생육 특성에 대한 이해를 확장하는 데 기여하였으나, 대상 지역과 종의 범위가 제한되어 있어 전국 단위에서 초피나무 자생지를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일반적으로 자생 임분의 식생 구조는 층위 구성, 수관 특성, 하층 식생의 발달 정도 등 다양한 환경 요인의 영향을 받으며, 이는 종다양성과 생태계 기능과도 밀접하게 관련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초피나무의 보전과 지속 가능한 이용을 위해서는 자생지 산림식생의 유형 분화와 이에 대응하는 입지환경 및 종다양성 특성을 체계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에 본 연구는 한국 전역에 분포하는 초피나무 자생지를 대상으로 산림식생의 종조성 유형을 분류하고, 식생유형별 구조적 특성, 입지환경 요인, 종다양성 지수, 그리고 초피나무의 공출현 패턴을 분석함으로써 유전자원 보전 및 재배적지 평가를 위한 기초 자료를 제공하고자 하였다.
재료 및 방법
본 연구는 한국 산림지역 가운데 초피나무가 자연적으로 분포하는 총 347개 지소의 임분을 대상으로 수행하였다. 조사지의 행정구역별 분포는 경상남도 121개 지소, 전라남도 84개 지소, 경상북도 36개 지소, 부산광역시 23개 지소, 충청남도 24개 지소, 울산광역시 14개 지소, 대구광역시 13개 지소, 제주특별자치도 13개 지소로 나타났으며, 경기도와 전라북도는 각각 7개 지소, 강원도는 4개 지소, 대전광역시는 1개 지소가 포함되었다(Figure 1).
조사지의 지리적 범위는 북위 33°16′–38°09′, 동경 125°28′–129°27′에 해당하였으며, 해발고도는 7–856 m 범위로 분포하였다. 미세지형은 계곡부에서 능선부까지 다양하게 포함되었고, 조사 결과 초피나무는 사면 하부를 중심으로 양지 또는 반음지 환경에서 출현하는 사례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본 연구는 2015–2025년 동안 전국 산림지역에서 Zürich–Montpellier (Z–M) 학파의 식물사회학적 조사 방법(Westhoff and van der Maarel, 1978)에 따라 수행된 식생조사에서 수집된 미공개 자료(unpublished data)를 기반으로 하였다. 이 중 2020년 6월부터 2025년 7월까지 수집된 조사자료를 대상으로 초피나무(Zanthoxylum piperitum)가 출현한 696개 조사자료를 1차적으로 검토하였으며, Braun-Blanquet(1965)의 우점도 계급 기준에서 초피나무의 우점도 계급이 1 이상인 조사구 401개를 선별하였다. 이후 선별된 조사구를 대상으로 초피나무 자생지의 지리적 분포 특성, 군락 간 상관관계, 그리고 입지환경 조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자료를 정제하였으며, 그 결과 최종적으로 347개 지소의 식생조사자료(relevé)를 분석 대상으로 확정하였다. 한편, 식생유형 간 입지환경 특성을 비교하기 위해 각 조사구에서 해발고도, 암석노출도, 낙엽층 깊이, 사면경사를 주요 환경 요인으로 조사하였다. 해발고도는 조사구 중심 지점을 기준으로 GPS 수신기를 이용하여 측정하였고, 사면경사는 조사구 내 평균 경사를 클리노미터를 사용하여 산정하였다. 암석노출도는 조사구 내 지표면에서 노출된 암석의 상대적 피복 비율을 육안 판독을 통해 백분율(%)로 추정하였으며, 낙엽층 깊이는 조사구 내 여러 지점에서 낙엽층 두께를 측정한 후 평균값(cm)으로 산정하였다. 이러한 입지환경 요인들은 식생유형 간 구조적 및 생태적 차이를 설명하기 위한 변수로 활용하였다.
수집된 식생 자료는 소표(raw table)로 정리한 후 Two-Way Indicator Species Analysis (TWINSPAN; Hill, 1979)를 적용하여 식생유형을 분류하였다. 식생유형별 구성종의 군락적합도(fidelity)는 파이 계수(Phi coefficient, φ)를 이용하여 산출하였으며(Tichý and Chytrý, 2006), 이를 바탕으로 각 식생유형의 진단종(diagnostic species)을 도출하고 군락조성요약표(shortened synoptic table)를 작성하였다. 표에는 각 식생유형별 진단종과 해당 종의 φ 값, 출현 빈도(상재도), Braun–Blanquet 우점도 지수를 함께 제시하였다. 식생유형의 명칭은 TWINSPAN 분류 결과를 토대로, 진단종의 φ 값과 상재도, 그리고 중요치(IVI) 기준 우점종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기여도가 높은 상위 1–2종을 연명하여 부여하였다. 표에 제시된 숫자와 기호(5–r)는 Braun–Blanquet 우점도 등급 및 상재도를 의미하며, 음영 표시는 φ 값 기준에 따른 군락적합도 수준(φ ≥ 0.4, φ ≥ 0.2)을 구분하여 나타내었다.
식생유형 간 구조적 특성 비교를 위해 전체 임분 및 식생유형별 층위별 구성종의 평균 수고(m), 교목층의 흉고직경(DBH), 단위면적(100 m2)당 총피도, 중요치(importance value index; IVI), 과중요치(family importance value index; FIVI), 그리고 생활형 조성을 분석 지표로 설정하였다. 총피도는 각 조사구에서 층위별로 기록된 Braun–Blanquet 우점도 계급(5, 4, 3, 2, 1, +, r)을 중앙값 백분율(87.5, 62.5, 37.5, 15.0, 3.0, 0.5, 0.1%)로 환산한 뒤, 환산된 피도 값을 합산하여 산정하였다(van der Maarel, 1979; Mueller-Dombois and Ellenberg, 1974). 즉, 총피도는 우점도 계급의 단순 합이 아니라 정량화된 피도(%)의 합으로 계산하였다. 중요치(importance value index, IVI)는 층위별로 각 종의 상대빈도(relative frequency, RF)와 상대피도(relative cover, RC)를 산출한 후, 두 지표를 동일한 가중치로 반영하기 위해 평균값을 적용하여 계산하였다(IVI = (RF + RC) / 2)(Curtis and McIntosh, 1951). 평균상대중요치(mean importance value, MIV)는 층위별 중요치에 가중치를 부여한 가중평균으로 계산하였으며, 교목층, 아교목층, 관목층, 초본층에 각각 3, 2, 1, 0.5의 가중치를 적용한 후 가중치 총합(6.5)으로 나누어 정규화하였다(Lee et al., 2018).
한편, 식생유형 간 생태적 특성 차이를 검정하기 위해 입지환경 요인과 종다양성 지수를 비교 분석하였으며, 이에 대해서는 일원분산분석(one-way ANOVA)을 적용하고, 유의한 차이가 확인된 경우 Duncan의 다중범위검정을 이용하여 사후 검정을 실시하였다. 종다양성 평가는 종풍부도(S), 종다양도(Shannon index, H′), 종균등도(Pielou index, J′), 그리고 종우점도(Simpson index, D)를 이용하여 수행하였다(Shannon and Weaver, 1949; Whittaker, 1972).
또한 조사 지역에서 초피나무와의 생태적 연관성을 파악하기 위해 초피나무와 동반 출현하는 종들을 대상으로 상관분석을 수행하였다. 각 조사구에서 초피나무와 동반 출현한 종들의 출현 자료를 기반으로 종 간 공출현 패턴을 정량화하였으며, 비정규 분포를 보이는 식생 자료의 특성을 고려하여 Spearman 순위 상관계수를 적용하였다. 이 중 초피나무와 양의 상관관계를 보인 종들을 대상으로 상관계수 값이 높은 상위 10개 동반 출현 종을 선별하여, 해당 종들 간의 공출현 패턴과 상관관계를 제시하였다. 생활형 조성 분석은 Raunkiaer(1934)의 휴면형 분류 체계를 기본으로 하되, Numata(1947)의 산포기관형, 지하기관형, 생육형 구분 기준을 함께 적용하였다.
식생유형 분류 및 군락 적합도 분석에는 PC-ORD version 7(McCune and Mefford, 2016)을 사용하였으며, 통계 분석과 지표 계산에는 PAST version 4.06 (Hammer, 2021)을 활용하였다. 관속식물의 동정은 원색대한식물도감(Lee, 2003)을 기준으로 하였고, 학명과 국명은 국가표준식물목록(KNA, 2025)을 적용하였다.
결과 및 고찰
총 347개 지소의 식생조사 자료에 대해 TWINSPAN 분석을 수행한 결과, 고유값(eigenvalue)이 0.2 이상을 보인 제4분할 단계에서 분석이 종료되었으며, 최종적으로 12개의 식생유형이 도출되었다(Figure 2). 이는 초피나무 자생지가 비교적 다양한 환경 조건과 식생 구조를 반영하여 뚜렷한 유형 분화를 보임을 의미한다.
1차 분할에서는 낙엽활엽수 중심의 내륙형 식생과 상록활엽수 요소가 포함된 남부·난대형 식생으로 구분되었고, 이후 해발고도, 수분 조건, 교란 강도 및 천이 단계의 차이에 따라 식생유형이 단계적으로 세분화되었다. 이러한 유형 분화는 초피나무가 특정 단일 식생에 제한되지 않고, 다양한 산림 환경에서 출현하는 생태적 범용성을 지닌 종임을 시사한다.
Table 1은 한국 초피나무 자생지 산림식생을 대상으로 TWINSPAN 분석을 통해 구분된 12개 식생유형별 전체 구성종에 대한 군락적합도(fidelity) 평가 결과를 제시한 종조성 요약표(shortened synoptic table)이다. 본 연구에서 도출된 식생유형은 층층나무–고광나무형(Type 1), 느티나무–비목나무형(Type 2), 졸참나무–개서어나무형(Type 3), 서어나무–고로쇠나무형(Type 4), 소나무–신갈나무형(Type 5), 굴참나무–조록싸리형(Type 6), 떡갈나무–쥐똥나무형(Type 7), 소나무–개옻나무형(Type 8), 예덕나무–남오미자형(Type 9), 잔털벚나무–큰천남성형(Type 10), 감탕나무–산기장형(Type 11), 사방오리–찔레꽃형(Type 12)으로 명명되었다. 표에는 각 식생유형별 진단종과 해당 종의 파이 계수(φ), 출현 빈도, Braun–Blanquet 우점도 지수가 함께 제시되어 있다. 도출된
12개 식생유형은 진단종의 조합과 층위별 구조에서 서로 다른 특성을 보였다(Table 1). 온대 낙엽활엽수림대에 해당하는 유형(Type 1–7)은 층층나무, 느티나무, 졸참나무, 서어나무, 굴참나무 등 교목성 수종이 주요 진단종으로 나타났으며, 상대적으로 해발고도가 높고 암석 노출도가 높은 입지에 분포하는 사례가 많았다. 반면, 온대 남부 상록·낙엽활엽수림대에 해당하는 유형(Type 8–12)은 예덕나무, 감탕나무, 남오미자, 마삭줄 등 상록성 또는 만경성 식물이 비교적 빈번히 출현하였으며, 저지대이거나 교란의 영향을 받은 입지에 분포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유형 간 차이는 상층 수종 조성과 입지 조건의 차이가 식생 구조와 종조성에 반영된 결과로 이해될 수 있으며, 초피나무 자생지가 단일한 환경 조건에 의해 규정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식생유형별 종조성 요약표(Table 1)에 제시된 군락적합도 분석 결과 역시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한다. 각 식생유형은 파이 계수(φ)에 기반한 진단종의 조합을 통해 명확히 구분되었으며, 이는 초피나무 자생지 산림식생이 종조성 측면에서도 비교적 이질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결과는 초피나무가 특정 단일 군집에 한정되기보다는, 상층 수종 조성과 입지환경 조건에 따라 다양한 산림 유형 내에서 출현할 수 있는 생태적 범용성을 지닌 종일 가능성을 제기한다.
한편, 동일한 초피나무속(Zanthoxylum)에 속하는 산초나무(Z. schinifolium)를 대상으로 한 Kim et al.(2022)의 연구에서는 경남 지역 자생지를 중심으로 총 4개의 산림군집(산초나무–비목나무군집, 밤나무–비목나무군집, 소나무–산초나무군집, 곰솔–산초나무군집)이 도출된 바 있다. 이는 Zanthoxylum 속 수종이 상층 수종 조성과 입지환경 조건에 따라 서로 다른 산림군집 내에서 출현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본 연구 결과와 맥을 같이한다. 다만, 해당 연구가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수행된 반면, 본 연구는 전국 규모의 조사자료를 바탕으로 식생유형을 분류하고 군락적합도를 정량적으로 평가하였다는 점에서 공간적 범위와 분석 수준에서 차이를 지닌다. 이러한 점에서 본 연구는 기존 지역 단위 연구에서 제시된 식생 패턴을 보다 넓은 공간적 범위에서 검토할 수 있는 기초 자료를 제공한다는 의의를 가진다.
종합하면, 본 연구에서 도출된 12개 식생유형은 상층 수종 조성과 입지환경 조건의 차이에 따라 뚜렷이 구분되었으며, 초피나무는 낙엽활엽수림대부터 남부 상록·낙엽활엽수림대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식생유형에서 출현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초피나무의 분포가 특정 기후대나 산림형에 의해 강하게 제한되기보다는, 다양한 환경 조건 하에서 형성된 산림식생 내에서 비교적 유연하게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특성은 초피나무 자생지의 보전 및 관리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단일한 산림 유형에 국한된 접근보다는, 식생유형과 입지환경의 다양성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하며, 본 연구 결과는 이를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나라 초피나무 자생지에서 구분된 식생유형별 조성 및 구조적 특성을 분석하기 위해, 전체 임분과 식생유형별로 층위별 구성종의 평균 수고(m), 교목층 흉고직경(DBH), 단위면적(100 m2)당 총피도, 중요치(importance value index; IVI), 과중요치(family importance value index; FIVI), 그리고 생활형 조성을 주요 지표로 비교·분석하였다.
Table 2는 초피나무 자생지 산림식생에서 구분된 12개 식생유형의 수직 구조와 임분 특성을 요약한 것이다. 교목층 평균 수고는 10–16 m, 평균 DBH는 21–31 cm 범위로 나타나 식생유형 간 생장 단계에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총피도는 196–271% 범위로 나타났으며, 전체 평균은 236%로 층위 발달 정도에 따라 뚜렷한 변이를 보였다. 층위별 총피도는 교목층(80%)이 가장 높았고, 이어 초본층(47%), 관목층(45%), 아교목층(34%) 순으로 나타나 교목층의 구조적 기여도가 가장 큰 것으로 확인되었다. 식생유형별로는 사방오리–찔레꽃형(Type 12)이 가장 높은 총피도(271%)를 보인 반면, 졸참나무–개서어나무형(Type 3)은 가장 낮은 값(196%)을 나타냈다. 이러한 총피도의 차이는 주로 관목층과 초본층의 발달 정도 차이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으며, 특히 두 층위의 피도 변이가 총피도 차이에 상대적으로 크게 기여했을 것으로 해석된다.
중요치(IVI) 분석 결과(Figure 3), 전체 임분에서는 굴참나무, 소나무, 졸참나무, 상수리나무가 주요 우세종으로 나타났으며, 상위 10종의 IVI 합계는 전체의 41.1%를 차지하였다. 층위별로는 교목층에서 소나무와 굴참나무가, 아교목층에서는 때죽나무와 비목나무가, 관목층에서는 초피나무와 생강나무가 각각 우세하였고, 초본층에서는 주름조개풀을 포함한 덩굴성 식물이 상대적으로 높은 중요치를 보였다. 과 단위 중요치 분석(Table 3)에서는 참나무과(Fagaceae)가 가장 우세하였으며, 이어 소나무과(Pinaceae), 녹나무과(Lauraceae), 자작나무과(Betulaceae), 장미과(Rosaceae) 순으로 나타났다. 상위 10개 과의 IVI 합계는 전체의 71.3%로, 초피나무 자생지 산림식생이 소수 과 중심의 구조적 편중성을 가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생활형 조성 분석 결과(Figure 4), 식생유형 간 세부적인 차이는 관찰되었으나 전반적인 경향은 유사하였다. 중요치(IVI)와 종수 구성비(Proportional species richness, PS) 기준 모두에서 대형지상식물(MM), 단립식물(R5), 중력산포형(D4), 직립형(e)이 우세하여, 초피나무 자생지의 산림식생은 ‘MM–R5–D4–e’ 유형으로 요약될 수 있었다. 이러한 생활형 조성은 교목층을 중심으로 한 수관 발달형 산림 구조가 전반적으로 유지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종합적으로 볼 때, 조사 대상 산림은 교목층을 중심으로 비교적 발달된 수직 구조를 보였으며, 총피도와 중요치 분포에서도 교목층의 기여도가 가장 크게 나타났다. 대형지상식물과 단립식물이 우세한 생활형 조성이 공통적으로 확인된 점은, 초피나무 자생지가 전반적으로 교목 중심의 산림 구조를 유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구조는 일반적으로 군집의 장기적 유지와 미기후 완충 기능과 연관되는 것으로 보고되어 왔으며(Raunkiaer, 1934; Mueller-Dombois and Ellenberg, 1974), 본 연구 결과 역시 이러한 일반적 경향과 크게 상충되지 않는다. 다만 본 연구에서는 구조적 안정성을 직접적으로 검증하지 않았으므로, 해당 해석은 식생 구조적 특성에 근거한 간접적 논의로 제한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전국 단위 자료를 바탕으로 초피나무 자생지 산림식생의 구조적 특성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였다는 점에서, 향후 초피나무 자생지의 보전 및 관리 전략 수립을 위한 기초 자료로서의 의의를 지닌다.
식생유형(Types 1–12) 간 입지환경 요인과 종다양성 지수를 비교한 결과(Table 4), 해발고도, 암석노출도, 낙엽층 깊이, 사면경사에서는 식생유형 간 유의한 차이가 확인된 반면, 사면방위에서는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해발고도의 전체 평균은 251.8 m였으며, 식생유형 간 차이는 매우 유의하였다(F = 12.34, p < 0.001). 층층나무–고광나무형(Type 1)과 서어나무–고로쇠나무형(Type 4)은 평균보다 높은 고도에서 분포하는 경향을 보인 반면, 소나무–개옻나무형(Type 8), 예덕나무–남오미자형(Type 9), 감탕나무–산기장형(Type 11)은 상대적으로 낮은 고도에서 분포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초피나무 자생지가 해발고도 구배에 따라 서로 다른 식생유형으로 분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암석노출도의 전체 평균은 10.8%였으며, 층층나무–고광나무형(Type 1)과 느티나무–비목나무형(Type 2)은 평균보다 높은 값을 나타냈다(F = 7.55, p < 0.001). 이는 해당 식생유형이 암석 기반의 비교적 척박한 입지 조건에서도 형성될 수 있음을 시사하며, 초피나무 자생지가 토양 조건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환경에서도 유지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낙엽층 깊이 역시 식생유형 간 유의한 차이가 확인되었으며(F = 3.78, p < 0.001), 전체 평균은 6.0 cm였다. 소나무–신갈나무형(Type 5)과 소나무–개옻나무형(Type 8)은 상대적으로 깊은 낙엽층을 보인 반면, 층층나무–고광나무형(Type 1)은 비교적 얕은 낙엽층을 나타냈다. 이는 식생유형에 따라 낙엽 축적 및 분해 과정이 상이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사면경사의 평균은 19.7°였으며, 서어나무–고로쇠나무형(Type 4)과 굴참나무–조록싸리형(Type 6)은 상대적으로 급경사지에서 분포하는 경향을 보였다(F = 1.96, p < 0.05).
종다양성 지수 역시 모든 항목에서 식생유형 간 유의한 차이가 확인되었다. 종풍부도(S)의 전체 평균은 26.0종이었으며(F = 6.27, p < 0.001), 느티나무–비목나무형(Type 2)이 가장 높은 값을 보인 반면, 소나무–개옻나무형(Type 8)과 감탕나무–산기장형(Type 11)은 상대적으로 낮은 값을 나타냈다. 종균등도(J′)의 평균은 0.63이었고(F = 2.13, p < 0.05), 감탕나무–산기장형(Type 11)은 비교적 높은 균등도를 보인 반면, 소나무–개옻나무형(Type 8)은 낮은 균등도를 나타냈다. 종다양도(H′)의 전체 평균은 2.01이었으며(F = 3.43, p < 0.01), 느티나무–비목나무형(Type 2)과 사방오리–찔레꽃형(Type 12)은 평균보다 높은 값을, 소나무–개옻나무형(Type 8)은 가장 낮은 값을 보였다. 종우점도(D) 또한 유형 간 유의한 차이가 확인되었으며(F = 1.94, p < 0.05), Type 8에서 상대적으로 높고 Type 2에서 낮은 값을 나타냈다.
이와 같은 종다양성 지수의 차이는 식생유형별로 우점종의 구성과 우점 정도, 그리고 동반 출현 종의 조합이 서로 상이함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입지환경 요인과 종다양성 지수 모두에서 식생유형 간 뚜렷한 차이가 확인된 점은, 초피나무 자생지가 비교적 이질적인 환경 조건 하에서도 형성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암석노출도와 사면경사에서 유형 간 차이가 나타난 결과는, 초피나무가 비교적 척박하거나 불안정한 입지 조건에서도 출현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닐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종합적으로 볼 때, 초피나무 자생지는 위치한 산림 유형과 입지환경 조건에 따라 종조성의 균등성 및 우점 구조가 달라질 수 있으며, 이러한 특성은 향후 초피나무 자생지의 보전 및 관리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식생유형별 환경 특성을 함께 고려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조사 지역에서 초피나무(Zanthoxylum piperitum, Zp)와 동반 출현하는 주요 종들의 공출현 양상을 분석한 결과(Table 5), 초피나무와 각 동반 출현 종 간 상관계수(r)는 0.121–0.158 범위로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을 보였으나, 모든 종에서 일관된 양의 상관 경향이 관찰되었다. 특히 붉나무(Rhus javanica, Rj; r = 0.158), 말오줌때(Euscaphis japonica, Ej; r = 0.152), 신나무(Ailanthus giraldii, Ag; r = 0.149)는 초피나무와의 상관성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으며, 통계적으로도 유의하였다(p < 0.05). 다른 동반 출현 종들에서도 상관계수는 크지 않았으나, 다수의 종에서 유의한 양의 상관관계가 확인되어, 초피나무가 다양한 수종과 일정 수준의 공출현 경향을 공유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동반 출현 종 상호 간 상관계수는 대부분 r < 0.2로 낮았으며,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결과는 초피나무와 양의 상관을 보이는 종들이 강한 종간 결속력에 기반한 집합적 군집을 형성하기보다는, 초피나무와 개별적으로 공출현하는 양상이 상대적으로 우세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산박하(It)–돼지풀(Aav)과 산박하(It)–뻐꾹나리(Td) 등 일부 종 쌍에서는 비교적 높은 상관계수와 통계적 유의성이 확인되어, 이들 종이 유사한 서식지 조건 또는 생태적 요구도를 공유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종합하면, 초피나무는 다양한 종과 공출현하는 경향을 보였으나, 본 연구의 상관 분석 결과만으로는 특정 종과의 강한 결속에 기반한 군집 구조가 형성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의 양의 상관관계가 반복적으로 확인된 점은 초피나무가 다양한 입지환경 및 식생유형에서 비교적 넓은 범위로 출현하는 경향과 관련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러한 양상은 초피나무를 중심종으로 제시한 Yoo et al.(2025) 및 고상재도종으로 보고한 Park et al.(2023)의 연구 결과와도 일정 부분 일치하는 경향을 보이며, 초피나무의 생태적 역할이 비교적 유연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결 론
본 연구는 우리나라 초피나무 자생지 산림식생을 대상으로 식생유형과 구조적·생태적 특성을 분석하여, 유전자원 보전 및 재배 적지 판정을 위한 기초자료를 제공하고자 수행되었다. 전국 347개 조사구의 식생조사자료를 TWINSPAN 분석으로 분류한 결과, 초피나무 자생지 산림식생은 총 12개 식생유형으로 구분되었다. 이러한 식생유형의 분화는 식생기후대, 해발고도, 수분 조건, 천이 단계 및 교란 양상 등 복합적인 환경 요인의 차이와 관련될 가능성이 있으며, 본 연구의 자료와 분석 범위 내에서는 유형 간 변이를 설명하는 하나의 근거로 해석될 수 있다.
식생유형별 진단종 구성, 층위별 구조 특성, 종다양성 지수 및 입지환경 요인을 종합적으로 비교·분석한 결과, 초피나무는 특정 단일 산림 유형에 국한되기보다는 다양한 식생 구조와 환경 조건에서 출현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초피나무가 비교적 넓은 생태적 범위를 지닌 종일 가능성을 보여준다. 반면, 일부 식생유형에서는 구조적 단순성과 낮은 종다양도가 함께 관찰되어, 해당 자생지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생태적 상태를 보일 가능성도 제기되었다. 특히 온대 중·남부 낙엽활엽수림대 유형과 온대 남부 상록·낙엽활엽수림대 유형 간에는 입지환경 조건과 종다양성 지수에서 비교적 일관된 차이가 나타나, 초피나무 자생지의 식생 특성이 기후대 및 산림 유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공출현 패턴 분석 결과, 초피나무는 특정 종과 강한 결속에 기반한 군집을 형성하기보다는, 다양한 종과 비교적 약한 상관관계를 보이며 공출현하는 경향이 확인되었다. 이는 초피나무가 서식지 내에서 비교적 유연한 생태적 지위를 가질 가능성을 시사하며, 다양한 입지환경과 식생유형에 걸쳐 분포하는 특성과 관련될 수 있다. 다만 본 연구의 상관 분석은 관찰 자료에 기반한 결과로, 종 간 상호작용이나 인과 관계를 직접적으로 규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음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상의 결과를 종합하면, 본 연구는 전국 단위 자료를 활용하여 초피나무 자생지 산림식생의 유형화와 구조적·생태적 특성을 체계적으로 정리함으로써, 초피나무 자생지에 대한 기초적 이해를 확장하는 데 기여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향후 기후변화 및 서식지 교란에 대응한 초피나무 자생지의 보전 및 관리 방향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참고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본 연구에서 제시한 식생유형 분류와 진단종 정보는 식생유형별 특성을 고려한 관리 방안 검토, 자생지 간 연계성 확보를 통한 유전적 다양성 보전, 나아가 재배 적지 선정과 복원식재 및 산림관리 정책 설계 과정에서 기초자료로 활용될 가능성을 지닌다. 향후에는 장기 모니터링 자료의 축적, 기능형 특성 분석, 또는 실험적 접근을 병행한 연구를 통해 초피나무 자생지의 생태적 특성과 종 간 관계를 보다 정밀하게 규명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