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송진은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비목재 산림자원(Non-timber forest product, NTFP)으로, 세대에 걸쳐 전승된 생태적 자원이면서 동시에 전통 지혜이다(National Institute of Forest Science, 2021). 일제강점기 이전에는 송진을 식용, 약용, 연료 및 접착제 등의 원료로 사용했지만(Joo, 2018), 일제강점기에는 주로 전쟁에 필요한 연료를 생산하기 위한 목적으로 다량이 채취되었다(Kim, 2010). 해방 이후에는 생계수단으로 송진을 채취하였다(Park et al., 2018). 오랜 기간 전국 곳곳에서 송진이 채취되고 사용되었지만, 현재 남아 있는 송진채취 피해목의 분포와 송진채취 역사 관련 연구는 미흡한 상태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송진채취에 관한 시·공간적 자료 구축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였다. 그 결과 전국 43개 지역에서 송진채취 피해 흔적을 확인하였으며, 이 중 9개 지역에 대해서는 나이테 분석법을 활용한 송진채취 연도를 분석하였다(Choi et al., 2020; Jeon et al., 2020).
수목의 나이테에는 다양한 환경정보(예: 온도, 강수량, 가뭄 등)뿐만 아니라(Park and Seo, 2000; Koo et al., 2001; Gentry and Speer, 2010), 물리적 이벤트(예: 송진채취, 산사태, 해충피해 등)에 관한 다양한 정보(Fantucci and Mccord, 1995; Koprowski and Duncker, 2012; Choi et al., 2020)들이 저장되어 있으며, 이러한 정보들을 나이테를 이용하여 밝혀내는 학문을 연륜연대학이라고 한다(Fritts and Swetnam, 1989). 나이테를 이용하여 이러한 연구가 가능한 이유는 수목의 생장량은 수목생장에 관여된 여러 요소들 중에서 가장 부족한 제한요소(limiting factor)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Blackman, 1905). 따라서 나이테에 저장된 제한요소 정보가 확인된다면, 이를 근거로 과거 제한요소 변동에 관한 연구가 가능하다(Seo et al., 2007). 또한, 물리적 피해로 발생된 나이테 상흔은 부후로 손실되기 전까지는 나이테에 남아 있어 상흔이 있는 나이테 생성 연도를 활용하여 피해발생 연도를 밝힐 수도 있다(Schweingruber, 1988).
송진채취는 소나무 수간에 큰 상처를 내어, 그 결과로 유발되는 송진을 수집하는 행위이다(Budiaman and Heryana, 2013). 소나무는 상처에 대한 방어 기작으로 송진분비 뿐만 아니라, 형성층을 포함한 유세포 일부가 분열 활동을 통해 상처치유조직(callus)을 만들면서 상처부위를 덮는다(Shigo, 1984; Dujesiefken et al., 1999; Oven and Torelli, 1999; Frankenstein et al., 2005). 선행연구에 따르면(Choi et al., 2020), 일제강점기에 행해진 송진채취로 만들어진 상처의 현재 크기(가로/세로)는 평균 24.7±7.0/104.7±9.0 cm이며, 해방 후부터 1970년대 초까지 만들어진 상처의 현재 크기(가로/세로)는 평균 40.2±8.1/20.9±9.8 cm로 차이가 있었다. 약 50년 이상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송진채취 상처는 아직까지 완전히 회복하지 못하였으며, 앞으로도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그러나 송진채취 이후 지금까지 어느 정도의 상처가 형성층 활동으로 피복되었는지 조사된 바가 없기 때문에 송진채취 상처가 완전히 피복되기 위해서 얼마나 오랜 기간이 요구되는지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본 연구는 연륜연대학적 방법을 통해 월악산 연구지에서 이뤄진 송진채취 시기를 밝혀 지역사회에서 행해진 송진채취 역사에 관한 근거자료를 마련하기 위해 수행되었다. 아울러, 송진채취 상처가 회복되는데 소요되는 기간을 조사하여, 상처 회복 기간을 예측하는데 필요한 기초자료를 마련하고자 하였다.
재료 및 방법
연구지가 위치한 월악산국립공원(284,205 km2)은 우리나라 중부 내륙에 있으며, 1984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Figure 1). 연구지에서 가장 가까운 충주 기상관측소에 따르면, 최근 50년(1972–2021년) 간의 연평균기온은 10.2°C이며, 연강수량은 1,326 mm이다(Figure 2). 가장 따뜻한 달과 추운 달은 8월(25.1°C)과 1월(−3.7°C)이었으며, 강수량이 가장 많은 달과 적은 달은 7월(285 mm)과 1월(23 mm)이었다. 연구지는 월악산국립공원 내 송진채취 피해 소나무들이 밀집한 소나무 임분(E 128° 03′28.7″-30.2″, N 36° 51′ 07.8″-09.6″, 465m a.s.l.)으로 선정하였다(Figure 1).
송진채취 상처가 남아 있는 소나무 중 생육 중인 소나무 10본과 고사한 소나무 3본을 선발하였다(Table 1). 연구지 내 소나무에 남아 있는 송진채취 상처의 특징은 상처를 1개만 가지고 있는 소나무[Figure 3(A)]와 2개를 가지고 있는 소나무로 구분된다[Figure 3(B)]. 각 상처가 발생된 시기에 차이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생육 중인 송진채취 피해목 10본 중 4본은 송진채취 상처가 두 개인 소나무로 선정하였다. 나이테를 이용한 송진채취 시기 조사를 위해서 생육목의 경우에는 직경 5.15 mm 생장추를 이용하여 송진채취 상처부와 반대쪽 정상부에서 1개씩의 생장편(increment core)을 채취하였다[Figure 3(A)]. 고사한 송진채취 피해목은 송진채취 상처 발생 후 형성층 및 유세포 활동으로 상처부가 피복되는 기간을 조사하기 위해 해당 부위에서 디스크로 획득하여 나이테 조사를 실시하였다[Figure 3(C)]. 연구에 선발된 소나무의 평균 흉고직경은 42.0(표준편차: ±5.7) cm이다.
생육목에서 채취한 생장편은 상온에서 이틀 동안 자연건조를 실시한 후 ‘U’자형 홈이 파여 있는 코어 마운트에 횡단면이 위를 향하도록 고정하였다. 이후 나이테 경계를 뚜렷하게 관찰하기 위해서 벨트사포를 이용하여 횡단면을 연마하였다. 연마는 #80부터 시작하여 #120, #240, #320, #600까지 순서대로 진행하였다. 나이테 너비 측정은 나이테 측정 시스템인 LINTAB (Rinntech, Germany)을 이용하여 실시하였다. 측정 단위는 0.01 mm이며, 정확한 측정을 위해서 실체현미경(Nikon smz800, Japan)으로 나이테 경계를 확인하면서 너비를 측정하였다. 고사목에서 채취한 디스크는 통풍이 잘되고, 비를 피할 수 있는 지붕이 설치된 야외에서 약 일주일 동안 자연건조를 실시하였다. 건조가 완료된 디스크는 생장편과 동일하게 벨트사포를 이용하여 나이테 경계가 잘 보이도록 연마한 후, 실체현미경으로 나이테 경계를 확인하면서 너비를 측정하였다.
각 나이테에 정확한 생육연도를 부여하기 위해 각 대상목의 나이테 너비로 작성된 나이테 너비 시계열 그래프(이하, 연륜폭연대기)들을 상호 비교하여 임분 내 공통된 연륜 패턴을 기준으로 위연륜(false ring) 또는 실연륜(missing ring)을 찾는 크로스데이팅을 실시하였다(Schweingruber, 1996). 통계적 방법으로 크로스데이팅을 실시하기 위해 TSAP-Win 프로그램(Rinntech, Germany)에서 제공하는 TVBP와 G value(%)(식 1)를 활용하였다(Wigley et al., 1987). TVBP는 나이테 각각의 너비가 아닌 5년 범위의 이동평균 값을 t-value 공식(식 2)에 적용하여 계산한 결과 값이다. 일반적으로 나이테 100년 이상의 기간을 상호 비교하였을 때, t-value와 G value(%)가 각각 3.5와 65% 이상이면 크로스데이팅이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에서 성공한 것으로 판단한다(Kim and Park, 2005). 하지만 크로스데이팅 성공을 최종적으로 판정할 때는 육안으로 연륜연대기 상호간 일치도를 확인해야 한다.
크로스데이팅에 성공한 송진채취 소나무 정상부의 연륜폭연대기들의 평균값으로 작성된 연구지역 소나무 대표연륜폭연대기(local master chronology)와 송진채취 상처부 나이테 너비로 작성된 연륜폭연대기 상호간 크로스데이팅을 통해 송진채취 연도를 분석하였다. 송진채취 연도 분석의 성공 여부는 TVBP와 G value 및 연륜폭연대기 상호간 일치도를 이용하여 결정하였다.
송진채취가 수행된 계절은 상처부 최외곽 연륜에서 관찰되는 조재(earlywood)와 만재(latewood) 세포 유무로 판정하였다. 월악산 침엽수류의 형성층 활동은 4월 정도에 시작하여 9월에 종료되며, 연륜 내 조재와 만재 형성 시기는 각각 봄부터 초여름, 여름부터 가을로 조사되었다(Seo et al., 2017). 이를 근거로 상처부 최외곽 연륜에서 조재가 관찰되면 봄–여름, 만재 일부가 관찰되면 여름–가을, 완전한 연륜이 관찰되면 당년 가을–이듬 해 봄에 송진채취가 이뤄진 것으로 판정하였다(Figure 4).
형성층 활동에 따른 송진채취 상처부 피복 능력 조사는 송진채취 위치에서 채취한 디스크의 횡단면(transverse plane)에서 관찰되는 상처 피복 정도를 활용하였다. 상처 피복 정도는 송진채취 상처가 없는 정상부 양쪽 끝부터 상처부위 덮는 나이테 개수 및 피복 길이를 접선방향으로 측정하는 방법으로 실시하였다(Figure 5). 상처부 전체 피복 길이는 상처부 양 방향에서 측정한 값을 더하는 방법으로 실시하였으며(LWⅠ+Ⅱ in Figure 5), 수피부 두께는 피복 길이에서 제외하였다. 상처 피복기간은 상처부 양방향에서 확인된 기간 중 상대적으로 긴 기간을 적용하여 분석하였다.
결과 및 고찰
송진채취 피해목 10본의 정상부 생육목 연륜연대기들이 성공적으로 크로스데이팅되어 연구지역을 대표하는 96년(1924년–2019년) 간의 대표연륜폭연대기를 작성하였다(Figure 6). 통계적으로 크로스데이팅 성공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개체별 연륜폭연대기들과 대표연륜폭연대기 상호간 TVBP와 G value(%)를 확인한 결과, 평균 TVBP는 10.3(5.9–15.7)이고, 평균 G value(%)는 74(66–79)%로 확인되었다(Table 2). 또한, 모든 개체 연륜폭연대기가 통계적 유의수준(p<0.05)으로 대표연륜폭연대기와 크로스데이팅되었으며, 패턴 일치도를 육안으로 확인한 결과에서도 높은 일치도가 확인되었다. 연구지역에서 가까운 충북 괴산군에서 가장 최근에 실시한 소나무 연륜폭연대기 크로스데이팅 결과에 따르면(Oh et al., 2017), 평균 t-value와 G value(%)는 각각 8.9, 76%였다. 따라서 두 지역의 연륜폭연대기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으로 상호간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고사목 정상부에서 작성된 연륜연대기들과 지역 표준연륜연대기를 비교한 결과, 각 소나무 고사목 최외곽 나이테에 2011년(WRJGPD03), 2017년(WRJGPD01), 2018 (WRJGPD02)년이 부여되었다(Figure 7). 고사목의 연륜연대기처럼 연대기의 길이가 짧은 경우, 크로스데이팅이 가능한 기간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크로스데이팅 성공률이 떨어진다(Schweingruber, 1988). 하지만 본 연구에서 확인된 TVBP는 최소 5.0, G value는 최소 68% 이상이었으며(Table 2), 패턴 육안 관찰에서도 유의한 수준의 일치도를 나타냈다(Figure 7). 이러한 결과는 지리산에서 수행된 구상나무 고사목 크로스데이팅 결과(t-value 6.4, G value 69%) (Seo et al., 2019)와 유사한 수준이었다.
송진채취는 1962년부터 1975년까지 13년 동안 이뤄진 것으로 조사되었다(Figure 8). 따라서 월악산 조사지역에서의 송진채취는 한국전쟁(1950년–1953년) 이후 생계의 수단으로 수행된 것으로 판단된다. 월악산 연구지역에서 수행된 송진채취 기간은 송진 수요 및 가격이 급증한 1960년대 후반과 일치하였다(Park et al., 2018).
송진채취 상처가 두 개인 소나무 WRJGPD04에서는 1963년과 1974년에 송진채취가 있었으며, WRJGPD06은 1963년과 1975년, WRJGPD07은 1966년과 1973년, WRJGPD09는 1962년과 1970년에 송진채취가 있었다. 1차 송진채취 이후 2차 송진을 채취하기까지 빠르게는 7년, 늦게는 12년이 소요된 것으로 확인되었다(Figure 8).
전체 17개의 상처 중 8개(ID WJGPD01, 02, 04A, 06A, 07A, 09A, 09B, 13)의 최외곽 나이테에서는 조재(EW)만 관찰되었으며, 나머지 9개(ID WRJGPD03, 04B, 05, 06B, 07B, 08, 10, 11, 12)의 최외곽 나이테서는 만재일부(LW)가 함께 관찰되었다(Figure 8). 이를 근거로 전자는 봄부터 초여름 사이에 송진채취가 있었으며, 후자는 여름부터 가을 사이에 송진채취가 이뤄진 것으로 조사되었다. 송진채취 연도와 계절을 종합한 결과, 1962년, 1970년에는 봄부터 초여름 사이에 송진채취가 이뤄졌고, 1966년에는 여름부터 가을 사이, 1963년과 1972년–1975년에는 봄부터 가을 사이에 송진채취가 있었다(Table 3). 나이테를 이용하여 전국 9개 지역의 소나무에서 수행된 송진채취 연도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월악산 연구지역처럼 한국전쟁 이후 송진채취가 수행된 지역은 가야산 해인사(1956년–1965년), 안면도(1962년–1973년), 충남 태안(1966년–1972년) 지역이었다(Choi et al., 2020; Jeon et al., 2020).
RY : the year for the resin collection; WC: wood cells in the outmost tree ring.
형성층 활동에 의해 접선방향으로 상처가 피복된 길이는 각각 15.0 cm(WRJGPD01), 13.0 cm(WRJGPD02), 19.5 cm(WRJGPD01)로, 평균 15.8 cm(표준편차: ±3.3 cm)가 회복되었다(Table 4). WRJGPD01과 03의 경우, 상처부 왼쪽(LWⅠ in Figure 5)과 오른쪽(LWⅡ in Figure 5)의 피복기간이 서로 다르게 나타났다. 이는 생육기간 중 갑작스러운 환경변화로 인한 불연속륜(discontinuous ring) 발생이 원인이었다. 불연속륜은 고사 이전 1–3년 동안 집중적으로 발생하였다. 1년간 피복되는 평균 길이는 0.38 cm로 확인되었다. 선행 연구에 따르면, 해방 이후 이뤄진 송진채취 피해목 상처의 너비는 평균 40.2 cm였다(Choi et al., 2020). 이번 연구에서 확인된 연평균 상처 피복 길이 0.38 cm를 적용한다면 완전 피복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약 105년이 된다. 그러나 수령이나 생육환경에 따라서 생장량에 차이가 존재한다(Byun et al., 2013; Kim et al., 2017). 따라서 본 연구 결과를 적용할 때에는 이러한 사항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LWI: left side of the transverse plan in Figure 5; LWII: right side of the transverse plan in Figure 5.
ID | Length of healed wound (cm) |
Duration of wound healing (year) |
||||
---|---|---|---|---|---|---|
LWI | LWII | Total | LWI | LWII | Longest | |
WRJGPD01 | 7.4 | 7.6 | 15.0 | 40 | 43 | 43 |
WRJGPD02 | 6.0 | 7.0 | 13.0 | 45 | 45 | 45 |
WRJGPD03 | 10.5 | 9.0 | 19.5 | 38 | 37 | 38 |
결 론
나이테 분석을 통해 월악산 연구지역에서 행해진 송진채취 연도와 계절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송진채취가 시대와 방법을 달리하며 이뤄진 것이 알려져 있으나, 정확한 위치 및 대상목에 대한 정보는 찾기 어렵다. 향후 관련된 연구를 수행하는데 본 연구가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것이다.
송진은 수목에 가하는 상처로 획득되는 천연자원이다. 이러한 상처는 미관을 해칠 뿐만 아니라 풍화 또는 부후로 인한 고사 위험을 높인다. 따라서 본 조사에서 확인된 소나무의 상처피복 능력은 전국에 남아 있는 송진채취 피해목이 상처를 완전히 피복하는데 소요되는 기간을 예측하고, 풍화 및 부후에 관한 관리 방안을 마련에 활용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