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땅밀림은 토층 내 점토층 혹은 암반층 피압지하수의 영향으로 토층이 느린 속도로 미끄러지는 현상으로, 일반적으로 발생지의 토층이 비탈면 하부로 미끄러져 내려가면서 경사면을 따라 활락애(scarp), 인장균열 및 단차가 발생하게 된다(National Institute of Forest Science, 2021). 땅밀림은 진행 속도가 매우 느리고 미끄러지는(sliding) 형태로 발생하는 특징을 가진 산지토사재해로서, 진행속도가 빠르고 붕괴 형태 측면에서 무너지거나(붕괴, collapse) 흘러가는(flow) 형태의 산사태 및 토석류와는 구분된다. 산사태 및 토석류와 비교하여 땅밀림은 일반적으로 발생 규모가 크고 복구 이후에도 재발생하는 경향이 있어서, 조기에 발견하여 적절하게 복구·관리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에서는 주로 산지 하부의 인위적 개발 행위 때문에 땅밀림이 많이 발생하는 경향을 보인다(Korea Forest Service, 2022).
땅밀림 현상은 일부 연구에서 국외에서 보고되는 creep이나 earth flow 등(Hungr et al., 2014)의 지질 현상(혹은 산지토사재해 유형)과 동일하게 인식되는 경향이 있으나, 국외의 특정 현상과 개념적 혹은 발생학적 특징이 일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편, ‘땅밀림’이라는 용어의 한자 명칭인 ‘地滑(지활, 땅 밀림 혹은 미끄러짐)’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일본에서의 ‘지스베리(地滑 혹은 地すべり)’가 동일한 혹은 매우 유사한 현상으로 생각되지만, 지스베리는 땅밀림에 비하여 발생 규모가 매우 크고 발생 원인 또한 지질 및 지형학적 특성에 기인하는 것이 많아 땅밀림과는 서로 상이한 측면이 있다. 일반적으로 지스베리의 발생특성은 거동하는 토층의 두께가 약 10~20 m, 폭은 두께의 약 5~10배, 길이는 폭의 약 1.2~1.5배, 이동속도는 약 0.01~10 mm/day로 알려져 있다(Woo, 1997;, Park, 2015).
땅밀림은 기상, 수문, 토양 및 지질 특성 등 여러 인자의 복합적인 작용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상학적 요인으로서는 땅밀림 유발 강우사상의 특성에 대한 보고 사례가 많다. 일강우량 70 mm/day에서 땅밀림형 산사태가 발생한 사례가 있으며(Woo, 1997), 350 mm 이상의 총 강우량이 토양의 질량을 변화시켜 이동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된 사례도 있다(Park et al., 2003a). 또한, 15일 선행강우량이 301~400 mm일 때 땅밀림형 산사태가 많이 발생한다는 연구사례도 있었다(Park et al., 2015). 한편, 수문학적 요인으로서는 지하수 거동의 영향력에 대한 연구사례가 있는데, 땅밀림 산사태 발생 지반 내 지하수위가 0.31~1.13 m 범위에서 하강하였고(Kim et al., 2017), 땅밀림 발생지 토층의 집중 파쇄대의 분포가 지하수면 위치와 부합하였다는 사례(Lee et al., 2020)도 보고되었다.
토양 특성으로서 다수 땅밀림 발생지에 대한 토성(Lee et al., 2019)이나 점토 함량(Park et al., 2019)의 분포 특성을 제시하거나, 단일 땅밀림 발생지의 토양 용적밀도, 공극률, 경도, 투수계수 등을 측정한 사례(Park and Park, 2019; Park and Lee, 2022)가 있다. 또한, 지질 특성으로서는 모암 및 지층군에 대한 분포 특성 분석(Park et al., 2003b; Park et al., 2005; Park, 2015; Park et al., 2019)이 주를 이루고 있고, 드물게 지질의 관입유무, 풍화정도, 주향 및 불연속면 특성에 대한 조사까지 실시한 사례(Park et al., 2021)가 있다. 이에 따르면 전국 57개소 땅밀림 발생지의 지질 특성으로서 모암은 퇴적암 지대(전체의 61%), 지질시대는 백악기(전체의 40%), 풍화정도에 따른 구분은 풍화암(전체의 84%), 절리면의 방향 수는 3개 이상(전체의 60%)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었다. 최근에는 땅밀림 발생지의 지질 특성을 규명하기 위해 물리탐사가 활용된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다. Shin(2019)은 땅밀림 발생지층의 불연속면을 추정하는 데 시추조사와 병행한 물리탐사의 효용성을 주장하였고, Lee et al.(2020)는 땅밀림 발생지역의 활동연약대(지질 이상대) 파악을 위해 탄성파탐사를 활용할 것을 제안하였으며, Kim et al.(2022)는 땅밀림 파쇄대 탐지 및 영상화에 있어서 전기비저항탐사 중 쌍극자 배열방법의 효용성을 주장하였던 사례가 있다.
그러나 기존 땅밀림 관련 선행연구는 단일 발생지에 대한 사례조사가 많아서 그 결과를 일반화하기는 어려우며, 전국 단위 다수의 발생지를 대상으로 연구가 수행된 경우에도 통계적인 방법으로 분석된 결과를 제시한 사례는 극히 제한적이다. 특히, 현재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땅밀림에 대하여 토양 및 지질환경적 측면에서 정량적인 특성값이 통계적으로 제시된 사례는 없었다.
현재 산림청에서는 전국 단위에서의 땅밀림 조기 발견 및 관리를 위해서 땅밀림 실태조사 대상지 189,585개소를 추출하였고(Korea Forest Service, 2018), 상대적 위험도 및 행정구역별 분포를 고려하여 2019년부터 매년 2,000여개소씩 땅밀림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땅밀림 실태조사에서는 현장조사 결과에 의한 위험성, 취약성 및 시공성을 평가하여 최종적으로 3개의 등급, 즉 A등급(집중관리대상), B등급(관심대상), C등급(일반산지)으로 판정하는데, A등급과 B등급을 통칭하여 ‘땅밀림 우려지’로 명명하고 관리하고 있다(Korea Forest Service, 2022). 2023년 말 기준 약 10,000개소에 대한 땅밀림 실태조사가 실시되었으며, 그 결과 땅밀림 우려지는 총 184개소가 발견되었다. 이러한 땅밀림 우려지의 토양 및 지질환경 특성에 대한 정량적인 분석이 수행된다면, 향후 국내 땅밀림 대응·관리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연구는 국내 땅밀림의 발생학적 특성에 관한 기초연구로서, 실태조사에 따라 파악된 땅밀림 우려지의 토양 및 지질환경 특성을 정량적으로 제시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실시되었다. 이를 위해서 땅밀림 실태조사의 위험도 점수가 높은 대상지 가운데 최종적으로 땅밀림 우려지와 일반산지로 판정된 두 집단 간의 토양 및 지질환경 특성 요인을 통계학적으로 분석하고, 땅밀림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한 요인을 파악하고자 하였다.
재료 및 방법
땅밀림 실태조사에서는 매년 2,000개소의 현장 육안조사 및 평가를 통하여 위험도 점수를 산정하고, 위험도 점수 상위 100개소에 대해서는 토질시험과 물리탐사를 실시하여 최종적으로 땅밀림 우려지와 일반산지로 판정한다. 이 연구에서는 2019~2021년 3개년 동안의 땅밀림 실태조사에서 위험도 점수 평가결과가 상위에 속하고 육안조사, 토질시험 및 물리탐사를 실시한 300개소를 대상으로 토양 및 지질환경 특성을 조사하였다. 연구대상지 300개소 중 최종적으로 땅밀림 우려지로 판정된 곳은 107개소이며, 일반산지인 곳은 193개소였다. Figure 1은 연구대상지 300개소의 분포 현황을 나타내고 있고, Table 1은 조사연도별 땅밀림 우려지 및 일반산지의 개소 수를 보여주고 있다.
Year | Slow-moving landslide prone area | Control area |
---|---|---|
2019 | 36 | 64 |
2020 | 33 | 67 |
2021 | 38 | 62 |
Total | 107 | 193 |
연구대상지의 토양 및 지질환경 특성 요인으로서 토질시험과 물리탐사를 통하여 획득한 11개의 요인을 선정하였다. 토양 특성으로는 토질시험 결과인 총 7개의 요인, 즉 ① 0.075 mm 이하 입자 비율, ② 0.002 mm 이하 입자 비율, ③ 습윤단위중량, ④ 간극비, ⑤ 투수계수, ⑥ 점착력, ⑦ 내부마찰각을 선정하였다. 또한, 지질환경 특성으로서는 물리탐사(탄성파탐사 및 전기비저항탐사)의 결과인 총 4개의 요인, 즉 ① 토사층 층후 평균값, ② 풍화암 층후 평균값, ③ 기반암 층후 평균값, ④ 주요 지질 이상대 개수를 선정하였다(Figure 2, 3).
토양 특성값은 현장에서 시료를 채취한 후 각 특성별로 KS(한국산업표준) 규격에 맞는 실내시험을 실시하여 획득하였다. 연구대상지별로 토양의 입도 및 밀도 특성 파악을 위해서 비닐팩을 이용하여 교란 시료 1개를 채취하였으며, 습윤단위중량, 투수계수, 강도 특성(점착력 및 내부마찰각) 등의 파악을 위해서 직경 10 cm, 높이 5 cm의 원기 둥형 토양캔을 활용하여 4개의 불교란 시료를 채취하였다. 0.075 mm 및 0.002 mm 이하 입자 비율은 건조시킨 토양 시료의 체 분석과 비중계 분석 결과를 통하여 입도 분포 곡선을 작성하는 입도시험(KS F 2302)으로 구하였는데, 0.075 mm 이하 입자 비율은 200번체 통과 입자의 무게 그리고 0.002 mm 이하 입자 비율은 현탁액의 농도 변화에 따른 비중계 분석 결과로 각각 구하였다. 습윤단위중량은 현장 함수비에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토양캔을 밀봉한 후 실내에서 무게를 재고 토양캔의 부피로 나누어 산정하였다. 또한, 간극비는 함수비시험(KD F 2306)과 밀도시험(KS F 2308)을 통해서 구한 토양 간극 및 입자 부피의 비율을 통하여 산정하였으며, 투수계수는 포화 상태의 토양 시료 속에 일정 양의 물을 투입하여 통과된 물의 양을 산정하는 투수시험(KS F 2322)을 통하여 측정하였다. 마지막으로 점착력과 내부마찰각은 직접전단시험(KS F 2343) 방법에 의거하여 전단상자에 수직하중을 재하하고 전단파괴 중의 저향력을 측정하여 변형-응력 관계 그래프를 그려서 산정하였다.
지질환경 특성값은 현장에서 지층 탄성파탐사와 전기비저항탐사를 통하여 획득하였다. 탄성파탐사는 산지 현장에서 사면방향으로 5 m 간격마다 수진기(geophone)을 설치하여 약 100 m 거리에 대해서 굴절법 방법으로 실시하였으며, 그 결과로서 획득한 탄성파 속도를 활용하여 지층 층후도를 작성하였다. 연구대상지별 토사층, 풍화암 및 기반암 층후(두께) 평균값은 지층 층후도로부터 각 지층별 층후의 최소값과 최대값을 산술평균하여 산정하였다. 또한, 전기비저항탐사 역시 사면방향으로 5 m 간격마다 전극을 설치하고 약 100 m 거리에 대해서 쌍극자 배열(dipole-dipole array) 방법을 활용하여 실시하였으며, 그 결과를 활용하여 지층의 전기비저항 분포도를 작성하였다. 주요 지질 이상대 개수는 전기비저항이 주변보다 현저하게 낮은 구역을 전문가에 의한 육안판독을 통하여 구획화하고, 그 개수를 세어서 산정하였다.
토양 및 지질환경 특성 요인별로 최종적으로 수집된 자료의 개수는 조사연도별로 상이하였다. 물리탐사를 활용한 지질환경 특성 요인은 3개년 모두 수집되어 총 300개의 자료가 확보되었으나, 0.075 mm 이하 입자 비율, 습윤단위중량, 점착력, 내부마찰각 등은 2개년에 수집되어 총 200개의 자료를 이용하였으며, 0.002 mm 이하 입자 비율, 간극비, 투수계수는 2021년 1개년의 자료 즉 100개가 수집되었다. Table 2는 토양 및 지질환경 특성 요인별 자료 수집 연도 및 개수를 나타낸 것이다.
11개 토양 및 지질환경 특성 요인별로 땅밀림 우려지와 일반산지가 통계학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하여, 모수적 방법과 비모수적 방법을 각각 활용하였다. 일반적으로 표본(sample)의 개수가 30~50개 이상이면 중심극한정리에 따라 표본 평균은 정규분포를 따른다고 가정할 수 있으며, 정규분포 가정에 의하여 두 집단 평균값 간의 통계적인 차이가 있는지를 검정하는 T-검정을 활용할 수 있다. 이 연구에서도 각 특성 요인별로 표본의 개수가 100개 이상이므로 중심극한정리를 따른다고 가정할 수 있다. 다만, 분석 결과의 논리성을 보다 확보하기 위해서 비모수적인 방법 즉, 모수의 정규분포 가정을 요구하지 않는 방법인 χ2-검정도 추가적으로 활용하였다. 11개 요인별 두 집단(땅밀림 우려지, 일반산지)에 대하여 T-검정과 χ2-검정을 신뢰수준 90%(α=0.1), 95%(α=0.05), 99%(α=0.01)에서 각각 수행·검토하였으며, 최종적으로 두 검정법의 결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두 집단 간의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있는 토양 및 지질환경 특성을 규명하였다. 통계 분석의 전 과정은 R 4.1.1을 이용하여 실시하였다.
모수적 방법으로서 활용된 T-검정은 두 집단 간 평균의 차이를 확인하기 위해 활용되며, 중심극한정리에 의하여 각 특성값의 표본분포가 정규분포를 따른다는 가정이 전제된다. T-검정 실시에 앞서서 두 집단 간 모분산의 차이 여부(등분산성)를 파악하기 위한 F-검정을 우선적으로 실시하였으며, 그 결과에 따라서 이분산 혹은 등분산 가정 T-검정 방법을 각각 요인별로 실시하였다. T-검정의 방법은 일반적으로 독립표본 방법에 활용하며, 두 집단 간 분산이 다를 경우에 검정통계량 t는 아래의 식 1과 같이 구해진다.
n1, n2 = 두 집단의 표본갯수
비모수적 방법으로서는 χ2-검정을 활용하였고, 두 집단 간 특성값의 분포 차이를 확인하기 위해 실시하였다. 이 검정 방법은 각 요인별 특성값이 특정한 확률분포를 따른다고 전제할 수 없거나 모집단에 대한 정보가 없는 경우 활용하는 방법이다. 두 집단별로 특성값의 최소값과 최대값 사이를 5개 구간으로 구분하고 χ2-검정을 실시하였고, 구간을 나누기 위한 분리점은 집단별 분위수 20%, 40%, 60%, 80%의 값을 활용하였다. χ2 검정통계량은 아래의 식 2로 구할 수 있다.
여기서, Oi = 관측도수, Ei = 기대도수
한편, 특성 요인별로 두 집단의 분포 특성을 이해하고, χ2-검정 결과를 해석하는데 보조적인 수단으로서 밀도 그림(density plot)을 작성하였고, 밀도 그림에서 두 집단의 면적이 겹치는 부분을 정량적으로 수치화하여 나타내었다.
결과 및 고찰
토양 및 지질환경 요인별로 땅밀림 우려지와 일반산지에 대한 평균, 표준편차 및 범위를 산정한 결과는 Table 3과 같다. 이 섹션에서는 땅밀림 우려지와 일반산지의 요인별 평균값을 수치적으로 단순 비교하여 서술하였으며, 연구대상지 간 요인별 특성값 차이의 통계적 유의성(T-검정 및 χ2-검정 결과)에 대해서는 다음 섹션에서 기술하였다.
먼저 토양 특성으로서 0.075 mm 이하 입자 비율의 평균값은 땅밀림 우려지 35.0%, 일반산지 31.4%로 각각 나타났고, 0.002 mm 이하 입자 비율의 평균값은 땅밀림 우려지 12.5%, 일반산지 13.1%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땅밀림이 느린 속도로 거동하는 것은 지층 내 세립질 입자(실트, 점토 등) 함유량이 많은 것에 기인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흙의 공학적 분류방법인 통일분류법이나 미국도로교통국(AASHTO)의 분류법에서는 조립질 입자(모래)와 세립질 입자의 구분을 0.075 mm로 설정하고 있으며, 세립질 입자도 0.002 mm를 기준으로 실트와 점토로 구분하고 있다. 그러므로 상기 결과는 실트와 점토의 총 비율은 땅밀림 우려지가 크지만, 점토의 비율은 일반산지가 더 큰 평균값을 가지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습윤단위중량의 평균값은 땅밀림 우려지는 17.21 kN/m3, 일반산지는 17.65 kN/m3로 나타났고, 간극비의 평균값은 땅밀림 우려지가 0.808, 일반산지가 0.785로 나타나 땅밀림 우려지가 미세하게 컸다. 한편, 투수계수의 평균값은 땅밀림 우려지가 4.0×10-5cm/s로 일반산지(1.6×10-4cm/s)보다 작은 값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토양의 전단강도를 구성하는 요인인 점착력과 내부마찰각의 경우에는 세립질 입자의 함유량에 따른 경향성이 나타났다. 점착력 평균값의 경우에는 세립질 입자 비율이 큰 땅밀림 우려지가 9.2 kPa로서 8.2 kPa인 일반산지보다 큰 값을 가지고 있었고, 반면에 내부마찰각 평균값은 상대적으로 조립질의 비율이 작은 땅밀림 우려지가 26.9°로서 29.5°인 일반산지보다 작은 값으로 나타났다.
지질환경 특성으로서 토사층 층후 평균값, 풍화암 층후 평균값 및 기반암 층후 평균값은 땅밀림 우려지의 평균값이 일반산지 평균값에 비해서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토사층, 풍화암 및 기반암 층후의 순서로 땅밀림 우려지는 3.35 m, 3.45 m, 6.67 m이였고, 일반산지는 3.45 m, 7.79 m, 14.15 m으로 각각 분석되었다. 땅밀림 우려지와 일반산지 모두 토사층에서 기반암으로 내려갈수록 층후가 두꺼워지는 경향이 있었으나, 상대적으로 전체 지층 구조에서 토사층이 차지하는 비율은 땅밀림 우려지가 컸다. 한편, 주요 지질 이상대의 개수는 땅밀림 우려지는 평균 1.18개로 분석되었으나, 일반산지는 평균 1.00개로서 땅밀림 우려지가 일반산지보다 많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요인별 등분산성을 검토하여 T-검정의 유형을 결정하기 위해서 실시한 F-검정의 결과를 Table 4에 나타내었다. F-검정의 통계량은 땅밀림 우려지(집단 #1)의 분산에 대한 일반산지(집단 #2)의 분산의 비율로 계산하였다. 그 결과, 신뢰수준 95%에서 0.075 mm 이하 입자 비율, 0.002 mm 이하 입자 비율, 습윤단위중량, 점착력 등 4개 요인은 두 집단의 분산이 같은 등분산(等分散)을 가정할 수 있었으며, 반면에 간극비, 투수계수, 내부마찰각, 토사층·풍화암·기반암 층후 평균값, 주요 지질 이상대 개수 등 나머지 7개 요인은 등분산이 아닌 이분산(異分散)으로 나타났다(Table 4). 이에 각 요인별 F-검정 결과에 따라 등분산 가정 혹은 이분산 가정의 T-검정을 각각 실시하였다.
요인별 T-검정 결과, P 값이 0.01 미만인 것은 습윤단위중량, 내부마찰각, 풍화암 및 기반암 층후 평균값 등 4개 요인이었으며, P 값이 0.01~0.05 미만인 것은 주요 지질 이상대 개수 1개 요인, P 값이 0.05~0.1 미만인 것은 점착력 1개 요인으로서 상기 요인들은 두 집단 간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다. 반면에 P 값이 0.1 이상으로서 두 집단 간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다고 판단되는 것은 0.075 mm 이하 입자비율, 0.002 mm 이하 입자비율, 간극비, 투수계수, 토사층 층후 평균값 등 5개 요인으로 나타났다.
요인별 χ2-검정 결과(Table 5), P 값이 0.01 미만인 것은 내부마찰각, 풍화암 및 기반암 층후 평균값, 주요 지질 이상대 개수 등 4개 요인이었으며, P 값이 0.05~0.1 미만인 것은 0.075 mm 이하 입자 비율, 습윤단위중량, 점착력 등 3개 요인으로서 상기 요인들은 두 집단 간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다. 반면에 P 값이 0.1 이상으로서 두 집단 간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다고 판단되는 요인으로는 0.002 mm 이하 입자 비율, 간극비, 투수계수, 토사층 층후 평균값 등 4개 요인으로 나타났다.
각 요인별로 두 집단의 자료 분포를 시각화한 밀도그림을 Figure 4에 나타내었다. 시각적으로 두 집단의 분포가 차이가 있는 요인은 χ2-검정 결과와 대체적으로 일치하는 경향으로 나타났으며, 두 집단의 분포의 동질성을 수치화한 Table 5의 중복면적(overlap area) 역시 유사한 경향이었다. 특히, P 값이 0.01 미만인 4개 요인(내부마찰각, 풍화암 및 기반암 층후 평균값, 주요 지질 이상대 개수 등)에서는 중복면적이 0.65 이하로 나타나서, χ2-검정 결과와 밀도그림이 잘 일치하였다.
T-검정 및 χ2-검정 결과로 도출된 P 값을 통하여, 일반산지와 구분되는 땅밀림 우려지의 주요 토양 및 지질환경 특성 요인을 규명하고자 하였다. 내부마찰각, 풍화암 및 기반암 층후 평균값, 주요 지질 이상대 개수 등 4개 요인은 두 검정법 모두에서 P 값이 0.05 미만으로서, 땅밀림 우려지를 일반산지와 구분짓는 주요 특성 요인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었다.
내부마찰각은 땅밀림 우려지에서 26.9±3.7°로 조사되어, 일반산지에서의 값 29.5±4.7°보다 대체적으로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내부마찰각은 그 요인 자체보다는 입도분포, 점착력 등과 연계하여 이해할 필요성이 있는데, 이 연구에서는 일반산지보다 땅밀림 우려지에서 실트, 점토 등과 같은 미세입자의 함유율(0.075 mm 이하 입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많았고 이로 인하여 상대적으로 큰 점착력 및 작은 내부마찰각의 값을 가지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추정은 일반적으로 많이 알려진 토양 미세입자의 함량 증가가 땅밀림 거동의 시작을 유발하고 진행을 촉진시킨다는 선행연구 결과(Park et al., 2019; Park et al., 2022)에도 부합한다.
풍화암 및 기반암 층후의 평균값은 땅밀림 우려지에서 일반산지보다 약 0.4~0.5배 수준으로 작은 값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층 층후 특성은 땅밀림 우려지와 일반산지를 구분할 수 있는 주요한 요인으로 생각되지만, 이 연구에서 활용한 각 지층별 층후의 최소값과 최대값의 산술평균값보다 지층별 층후 특성을 잘 대표할 수 있는 특성 요인을 발굴할 필요성이 있다. 또한, 이 연구에서 활용하였던 각 지층별 층후 뿐만 아니라 전체 지층 층후 중 땅밀림 거동이 주로 발생하는 토사층이나 풍화암 등 상부층 층후의 비율이나 지층을 구분하는 탄성파 통과 속도 자료 등에 대한 분석이 추가된다면, 땅밀림 발생·진행과 지층 층후 특성의 관련성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러므로 추후 지층 층후와 땅밀림과의 관계에 대한 추가적인 분석에서는 탄성파탐사 결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여러 정량지표 중 지층 층후 특성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요인을 찾아내는 노력이 필요하며, 이 작업은 현장 시추조사(drilling test)와 연계한다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 주요 지질 이상대 개수는 땅밀림 우려지에서 1.18± 0.64개로 일반산지(1.00±0.86개)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지질 이상대는 전기비저항이 주변 지역보다 확연히 낮은 구역, 즉 토양 수분 함량이 높을 것으로 추정되는 구역을 의미하므로, 땅밀림의 발생 가능성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주요 지질 이상대 관련 특성을 땅밀림 우려지를 구분짓는 기준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고려사항이 필요하다. 먼저 이 연구의 분석 결과로는 연구대상지 간 주요 지질 이상대 개수의 범위(0~3개) 및 평균값의 차이(0.18개)가 크지 않아서, 땅밀림 우려지 구분 기준으로서 단독으로 활용하기는 어렵고 다른 기준 요인과 병행할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이러한 점은 향후 연구대상지의 개소수가 늘어난다면 보완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현재 주요 지질 이상대의 판정은 전문가에 의한 육안판독에 의존하고 있어서 주관적인 요소가 개입될 가능성이 크므로, 보다 객관적이고 정량적으로 지질 이상대를 판정하는 방법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 마지막으로 땅밀림 우려지 판정에 지질 이상대의 개수뿐만 아니라 지층 내 상대적인 위치를 정량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요인(혹은 기준) 또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결 론
이 연구는 국내 땅밀림의 발생학적 특성을 정량적으로 제시하기 위해서, 전국 땅밀림 실태조사의 결과를 통계적인 방법으로 분석하였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실시된 땅밀림 실태조사 결과 중 위험도 점수 상위 300개소(땅밀림 우려지 107개소 및 일반산지 193개소)에 대하여, 11개의 토양 및 지질환경 특성 요인에 대한 T-검정 및 χ2-검정을 실시하였고 두 집단 간의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있는 요인을 선별하였다. 그 결과, 두 검정 방법 모두에서 통계적 유의성이 나타난 특성 요인은 토양 내부마찰각, 풍화암 층후 평균값, 기반암 층후 평균값, 주요 지질 이상대 개수 등이었다. 종합적으로 지표면에 가까운 토양 특성보다는 지층 층후 및 지질 이상대 등의 지질환경 특성에서 땅밀림을 특징지을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향후 땅밀림 우려지 판정 및 관리에 효용성이 클 것으로 기대되었다.
다만 이 연구결과는 과거 3년간의 땅밀림 실태조사 결과를 분석한 것으로서, 향후 토양 및 지질특성 요인에 대한 지속적인 현장 자료 확보 및 체계적인 분석이 지속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현장 자료의 품질 향상을 위해서 토양 특성과 관련하여서는 현장에서 토양 시료는 땅밀림 표징(균열, 단차 등)이 존재하는 곳이나 발생할 수 있는 지점에서 채취되어야 하고, 지질환경 특성과 관련하여서는 탄성파탐사, 전기비저항탐사 등의 간접적인 물리탐사 이외에 직접적인 시추조사가 병행될 필요성이 있다. 향후 수년간 지속될 계획인 전국 단위의 땅밀림 실태조사가 국내 땅밀림의 발생특성을 규명하는 초석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